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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3일, 격동과 도전의 기록 |
2026년 2월 23일(음력 1월 7일, 무진)은 예로부터 ‘첫용날(상진일)’로 불린다. 민간에서는 용이 우물에 내려와 알을 낳는 날이라 하여, 이날 새벽 가장 먼저 우물물을 길어 밥을 지으면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먼저 물을 길었다는 표시로 우물 위에 지푸라기를 띄워 두는 풍습도 전해진다. 겨울 끝자락 폭설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매화를 노래한 시인 도종환의 ‘홍매화’처럼, 이날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는 날로도 읽힌다.
역사 속 2월 23일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세계사의 전환점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1904년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한일의정서는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본격화하는 전초 협약으로 평가된다. 해방 이후에는 1948년 이승만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적 분단이 현실화되는 흐름이 이어졌고, 1949년에는 남로당 관련 인사들이 대거 검거되면서 냉전 체제의 긴장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1969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이 초연돼 큰 성공을 거두며 31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당시 동베를린 사건 연루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적 논란을 낳았다. 1976년에는 ‘한국미술 5천년전’이 일본에서 열려 한국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1980년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컴퓨터로 인슐린 필요량을 측정해 자동 공급하는 인공췌장 개발에 성공해 당뇨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1988년 국제기능올림픽 7연패, 1995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 등 국가 경쟁력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특히 2025년에는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11번째로 70골 70도움을 기록하며 세계 축구 무대에서 한국 선수의 위상을 높였다.
정치·사회적으로도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2004년 이라크 파병을 위한 자이툰부대가 창설됐고, 2016년에는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192시간 27분에 달하는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2020년에는 신천지 집단감염 확산으로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며 국가적 방역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세계사적으로도 2월 23일은 중요한 변곡점이 많다. 금속활자 인쇄술을 완성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성경을 인쇄해 지식 혁명의 기반을 마련한 사건,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서거, 수학과 천문학의 거장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별세 등 인류 지성사의 이정표가 이어진 날이기도 하다. 또한 1905년 국제 봉사단체인 로터리 인터내셔널이 창설되며 세계 시민사회 운동의 한 축이 형성됐다.
최근 국제정세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 기록됐다.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 여성 주미대사 임명, 2025년 독일 총선에서 보수 진영 지도자인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총리 취임을 앞두게 된 정치 변화 등은 세계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결국 2월 23일은 전쟁과 외교, 예술과 과학, 정치와 스포츠가 교차하며 인류의 도전과 성취를 동시에 보여주는 날로 기록된다. 폭설 속에서도 피어나는 홍매화처럼, 역사는 늘 시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워 왔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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