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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2월 24일, 사랑과 희생 그리고 인간 존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미지, 출처=산업신문

역사 속 2월 24일은 사랑과 희생, 권력과 전쟁, 그리고 인간 존엄을 둘러싼 사건들이 교차하는 날로 기록된다. 음력으로는 정월 초여드렛날 ‘첫뱀날(상사일)’에 해당하며, 민속적으로는 뱀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감거나 깎지 않는 풍습이 전해진다. 이러한 전통적 금기와 달리, 역사 속 이날은 인간 사회의 격동과 변화를 보여주는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져 왔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행정체계 정비가 이루어졌다. 1422년 세종 4년, 한양도성을 관리하기 위한 성문도감이 설치되면서 수도 방어와 도시 관리 체계가 제도적으로 정비되었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사회 변화와 문화 정책이 이어졌다. 1962년 향토문화상 제정은 지역문화 발전과 농어촌 계몽을 위한 국가 정책의 일환이었으며, 1973년에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최초의 우편전용열차가 등장해 물류·통신 인프라 발전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2월 24일은 비극의 역사도 함께 남겼다.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 사건은 전쟁의 참혹함과 군사 개입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과 노인, 어린이였다는 사실은 오늘날까지도 역사적 성찰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은 출소 후 재범이라는 충격적 범죄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아동 보호와 재범 관리 제도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정치권과 사회 갈등도 이날의 역사에 포함된다. 1977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일을 김일성의 후계자로 확정한 결정은 이후 북한 권력 세습 체제의 본격화를 알리는 사건이었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최연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정치권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2014년에는 언론인들이 검사 간부 성추행 의혹 무혐의 처분에 반발하며 중징계를 촉구하는 집단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문화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도 이어졌다. 201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이 제작 14년 만에 개봉해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4년에는 홍상수 감독이 영화 여행자의 필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세계사적으로도 2월 24일은 전환점이 많은 날이다. 1304년 모로코 탕헤르에서는 이슬람 세계 최고의 여행가로 꼽히는 이븐 바투타가 태어났다. 그의 여행기 『리흘라』는 중세 세계 교류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1917년에는 러시아에서 혁명이 본격화되며 로마노프 왕조 붕괴로 이어지는 대격변의 서막이 열렸다. 또한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생이던 조슬린 벨 버넬이 인류 최초로 펄사를 발견하면서 천문학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현대 국제정세에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세계 안보 질서와 경제 구조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NATO 가입 결정과 유럽의 군사 전략 변화 등 국제 질서 재편을 촉발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편 2008년에는 라울 카스트로가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사회주의 국가 권력 승계의 또 다른 사례를 남겼다.

이처럼 2월 24일은 사랑과 죽음을 노래한 시인의 표현처럼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는 문장과도 닮아 있다. 문명 발전과 인간의 비극, 권력과 저항, 과학과 문화가 뒤섞인 역사 속 하루가 오늘이라는 점에서, 이날은 인류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동시에 성찰하게 하는 날로 남아 있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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