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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종말까지 85초…‘운명의 날 시계’ 사상 최악 경고 <ai이미지> |
인류 문명의 파국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둠스데이 시계)’의 분침이 올해 자정 85초 전으로 다시 앞당겨지며 역대 가장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초 더 가까워진 수치로, 1947년 시계가 처음 공개된 이후 자정에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과학자들이 설정한 ‘자정’은 핵전쟁이나 기후 재앙 등으로 인류 문명이 붕괴하는 가상의 시점을 의미한다.
시계를 관리하는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1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핵무기 위협의 고조, 인공지능과 같은 파괴적 기술 확산, 생물학적 안보 위험, 그리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후 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침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의 불안정성이 구조화되면서 핵 충돌 위험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성명에서 “세계는 이미 범지구적 재앙에 매우 근접해 있음에도 주요 강대국들은 이를 완화하기는커녕 더욱 공격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노선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중국, 미국 등 핵보유국 간 상호 불신이 심화되면서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학안보위원회 의장인 다니엘 홀츠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규제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이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며 국제 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가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제로섬 사고로 분열될수록 인류 전체는 더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 역시 정보 왜곡과 기술 남용을 ‘정보 전쟁’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와 위기 대응 능력을 동시에 잠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핵과학자회 회장인 알렉산드라 벨은 “파국적 위험은 커지고 협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거의 없다”고 경고하면서도, 전 세계 시민이 지도자들에게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한다면 변화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핵무기 감축 협상 재개, 인공지능의 핵 지휘통제 시스템 적용에 대한 다자 협의, 합성 생명체 오용 방지 장치 마련, 기후 대응 정책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일부 정치권의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 움직임에 대해 의회와 국제사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운명의 날 시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 경쟁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1945년 설립된 핵과학자회가 1947년 처음 공개했다. 창립 과정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핵 시대를 연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시계는 당시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해 냉전과 해빙 국면에 따라 앞뒤로 조정돼 왔으며, 가장 안전했던 시점은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의 자정 17분 전이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분침은 급격히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핵 위협, 기후 변화, 신기술 위험, 지정학적 갈등이 서로 결합되며 ‘복합적 존재 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는 과학적 경고라고 강조한다.
결국 운명의 날 시계가 가리키는 85초라는 숫자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선택해야 할 방향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력과 공존으로 나아갈 것인지, 갈등과 경쟁 속에서 파국을 맞을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 사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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