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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스님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 다카 국제영화제 작품상 수상
대해 스님(오른쪽)이 다카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이 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다카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는 제24회 영화제에서 영적 영화 부문 최우수극영화상인 ‘베스트 픽쳐 필름상(Best Picture Film Award)’을 받았으며, 2026년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2026년 1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열렸으며, 약 60개국 200여 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1992년 창설된 다카 국제영화제는 상업주의 중심의 남아시아 영화 산업에 대한 대안적 플랫폼으로 출범해,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중시하는 작품을 꾸준히 조명해 왔다. 현지에서는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와 비교될 만큼 독립·예술영화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수상작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은 대해 스님(속명 유영의)이 연출한 작품이다. 승려 신분의 감독이지만 영화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초거대 알고리즘’이라는 현대적 개념을 차용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영적 역량과 자유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사회적 압박, 기술 문명, 그리고 자기 내면의 한계를 ‘법 왕자(The Prince of Life’s Essence)’라는 상징적 존재로 형상화한다. 주인공은 이 거대한 힘에 맞서 물리적 충돌이 아닌 ‘법적 투쟁’이라는 설정을 통해 해방을 모색한다. 삼촌과의 땅따먹기 갈등이라는 일상적 서사를 축으로, 더 넓은 ‘마음의 영토’를 찾아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 스틸컷 -영화로세상을아름답게 제공

대해 스님은 보도자료에서 “항상 이겨야 하고, 힘든 것은 피하려 하고, 모르는 것은 외면하는 마음을 스스로 극복해 나갈 때 비로소 자유에 이를 수 있다”며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스스로 자각하지 못해 쓰지 못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무형의 알고리즘을 계발해 자유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다카 국제영화제 측이 전달한 평가에 따르면, 이 작품은 단순한 수상작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기술과 영성, 자유의 본질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묻는 영화”로 소개됐다. 특히 인공지능과 데이터 논리가 일상을 지배하는 오늘날, ‘알고리즘을 상대로 한 법적 투쟁’이라는 설정은 동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K-드라마 중심의 한류 콘텐츠와는 다른,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작품은 대해 스님이 오랫동안 활동해온 경북 경산 지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경산시는 지역 문화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화 창작·제작 지원 사업을 지속해 왔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역 기반 영화 제작 생태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해 스님의 필모그래피는 독특하다. 그는 지금까지 121편의 장·단편 영화의 각본을 쓰거나 연출했고, 국내외 영화제에서 94차례 수상했다. 2017년 작품 산상수훈은 신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독교적 서사를 다뤘으며,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해당 작품은 로마 교황청과 뉴욕 유엔본부에서도 상영되며 종교 간 대화의 장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해 스님은 “종교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말하는 핵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차기작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다룬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기술 문명과 영성의 교차점을 탐구해 온 그가, 서양 철학의 원형적 사유를 어떻게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간 초거대 알고리즘의 수상은 단순한 국제영화제 성과를 넘어, 디지털 시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한국 영화의 또 다른 흐름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술과 알고리즘의 시대, 인간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스크린을 넘어 관객 각자의 삶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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