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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전 워싱턴의 일곱 목소리, 그들이 남긴 '영원한 아리랑'

1896년 7월 24일, 낯선 땅 미국 워싱턴 D.C.의 한 귀퉁이에서 서걱거리는 기계음 사이로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최첨단 기기, 원통형 유음기(Wax Cylinder) 앞에 둘러앉은 일곱 명의 조선 청년들이 목소리를 합친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아리랑'. 이것은 인류 역사상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아리랑의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고독한 유학생들이 쏘아 올린 민족의 DNA
당시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있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하워드 대학교(Howard University) 등에서 고학하던 이들은 단순한 유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인류학자 앨리스 커닝햄 플렛처의 제안으로 녹음에 참여한 안정식, 이희철, 손용, 임병구, 이범수, 김헌식, 어병현. 이 '워싱턴 7인'은 고국의 운명을 걱정하며 이방인의 땅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노래에 실어 보냈습니다.

그들이 부른 아리랑은 세련된 성악도,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없었지만, 그 어떤 음악보다 강렬했습니다. 거친 질감의 음원 속에는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무너지지 않는 민족의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130년의 시차를 뛰어넘은 '일곱'의 울림
흥미롭게도 이 130년 전의 기록은 오늘날, 2026년의 우리에게 새로운 전율을 선사합니다. 세계를 뒤흔든 글로벌 아이콘 BTS(방탄소년단)의 행보와 기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7'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워싱턴에서 아리랑을 기록한 7명의 선구자와 전 세계에 한국의 목소리를 전하는 7명의 아티스트.

문화적 영토의 확장: 130년 전의 아리랑이 미국 의회도서관에 박제된 과거의 기록이라면, 오늘의 한국 문화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인의 심장을 파고드는 현재진행형의 전설입니다.

워싱턴 유학생들이 불렀던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를 넘어, 한국인이 세상에 내놓은 최초의 문화적 명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명함은 130년이 지난 지금, 가장 화려하고 당당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다시 뿌려지고 있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이기고, 노래는 역사를 만든다
미국 의회도서관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이 원통형 음반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역사는 거창한 승전보로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진심 어린 노랫가락을 통해서도 영원히 살아남는다고 말이죠.

130년 전 워싱턴의 밤공기를 가르던 청년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오늘날 전 세계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환호성으로 변하기까지, '아리랑'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이 꿈꿨던 '문화 강국'의 미래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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