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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증산도의 ‘남녀동권’ 선언이 21세기에 던지는 울림― 세계 여성의 날에 다시 읽는 증산도의 여성관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사건에서 비롯된 이 날은 여성의 생존권과 정치적 권리를 상징하는 기념일이 되었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여성의 권리는 분명 크게 신장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히 권리를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기에 여성은 어떤 존재로 자리하게 될 것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에 대해 증산도는 독특한 철학적 답을 제시한다. 바로 ‘여성 해원(解寃)’과 ‘정음정양(正陰正陽)’이라는 사상이다.

증산도에 따르면 인류의 지난 역사는 ‘선천(先天)’의 역사였다. 이 시대의 특징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질서였다. 즉 음을 억누르고 양을 높이는 구조 속에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도전』은 이러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선천은 억음존양의 세상이라.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서 천지운로를 가로막고 그 화액이 장차 터져 나와 마침내 인간 세상을 멸망하게 하느니라.”(『도전』 2:52)

여성의 억눌린 원한이 단순한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천지의 질서 자체를 막는 우주적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증산 상제님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해원을 천지공사의 핵심 과제로 선언한다.

“이 때는 해원시대라. 몇천 년 동안 깊이 갇혀 남자의 완롱거리와 사역거리에 지나지 못하던 여자의 원을 풀어 정음정양으로 건곤을 짓게 하려니와 이후로는 예법을 다시 꾸며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는 함부로 남자의 권리를 행치 못하게 하리라.”(『도전』 4:59)

이는 단순히 여성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사회개혁의 수준을 넘어선다. 우주의 질서 자체가 남녀의 조화 속에서 다시 세워지는 문명적 전환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평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남녀 간의 대립과 분열이 확대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증산도가 제시하는 미래 문명의 방향은 갈등이 아니라 조화이다. 상제님은 장차 도래할 시대를 ‘정음정양’의 시대라고 선언한다.

“여자가 천하사를 하려고 염주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쳤나니 이는 장차 여자의 천지를 만들려 함이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할 것이요, 남녀동권 시대가 되게 하리라.”(『도전』 2:53)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세상을 경영하는 ‘남녀동권’의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이다. 또한 사람을 쓰는 기준 역시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수행의 성숙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쓸 때에는 남녀 구별 없이 쓰리라. 앞세상에는 남녀가 모두 대장부요 대장부이니라.”(『도전』 2:53)

여기서 말하는 대장부는 단순한 남성적 권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과 도덕, 그리고 수행의 성숙을 갖춘 인간상을 의미한다.

증산도에서 여성은 단순한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원형적 상징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상제님은 일상 속에서도 여성 존중의 태도를 강조한다.

“이제 내가 길을 양보하였으니 이후에 너희들도 또한 여자에게 길을 양보하라.”(『도전』 2:136)

이 가르침은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새 시대의 인간 관계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더 나아가 상제님은 미래 문명의 중심에 여성의 영성과 생명력이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내 세상에는 여자의 치마폭 아래에서 도통이 나올 것이니라.”(『도전』 2:53)

기술과 경쟁 중심의 문명이 한계에 도달한 오늘날, 돌봄과 생명 존중, 그리고 포용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단순히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방향을 새롭게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여성의 날에 우리는 장미꽃을 나눈다. 그 장미는 여성의 권리와 존엄을 상징한다. 그러나 장미는 결국 시든다. 반면 증산도가 제시하는 여성관은 단순한 권리 운동의 차원을 넘어 우주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문명 전환의 철학이다.

억눌렸던 여성의 원을 풀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정음정양의 세상. 그 속에서 여성은 더 이상 역사의 주변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생명의 주체가 된다. 여성이 자신의 본래 빛을 되찾을 때, 인류는 비로소 상생의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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