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7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 가정집에서 인류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국 여성 인류학자 앨리스 커닝햄 플랫쳐(Alice Cunningham Fletcher)가 에디슨의 유성기를 이용해 조선 청년들의 목소리를 왁스 실린더(밀랍 원통)에 담아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류 역사상 '소리'로 기록된 최초의 아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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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플랫쳐(사진)는 당대 독보적인 에스노뮤지콜로지(종족음악학)의 선구자였다. 그녀는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를 채록하는 데 집중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워싱턴에 머물던 조선인 유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던 청년들—안정수, 이희철, 변준호 등은 플랫쳐의 요청에 따라 마이크 역할을 하는 커다란 나팔꽃 모양의 수음구 앞에 섰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아는 경기아리랑과는 결이 다른, 투박하면서도 애절한 선율이었다. 녹음된 실린더 속에는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요"라는 가사와 함께 노래가 끝난 뒤 터져 나오는 "좋다!"라는 추임새까지 생생하게 박혀 있다. 이는 구전으로만 떠돌던 한민족의 영혼이 근대적 기록 매체와 만난 역사적 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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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쳐의 업적은 단순히 소리를 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녹음을 바탕으로 음악학자 벤자민 길먼(Benjamin Ives Gilman 사진)과 협력하여 아리랑을 오선지 악보로 채록했다. 이 악보는 당시 미국의 학술 잡지에 게재되며 서구 사회에 조선의 소리를 알리는 첫 통로가 되었다. 문자로만 기록되던 역사가 비로소 '청각적 실체'를 얻게 된 순간이다.
현재 이 귀중한 음원은 미국 의회도서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디지털 복원 과정을 거쳐 13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1896년의 녹음 기록은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민족의 생명력이 어떻게 세계인에게 전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앨리스 플랫쳐라는 한 여성 학자의 기록 정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구한말 청년들의 절박하고도 아름다웠던 목소리를 영원히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남긴 왁스 실린더는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뿌리가 이미 130년 전부터 태동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타임캡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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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티비 채널 캡쳐 |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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