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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아미산’과 BTS의 ‘아미’가 만나는 상상

경복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대개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한다. 광화문을 지나 근정전으로, 다시 그 뒤편의 침전 영역으로 이어지는 일직선의 축선은 조선 왕조 권력의 상징적 구조이자, 질서 정연한 유교적 세계관의 표현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 축선의 시작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 더 오래된 지형에서 출발한다. 경복궁의 기하학적인 남북축선의 북쪽 시작점은 주산에서 뻗어 내려온 작은 언덕이다. 이 언덕은 지금 교태전 뒤편에 자리하며 ‘아미산’이라 불린다. 아름다운 화계로 꾸며져 궁궐 조경의 백미로 평가받는 이곳은, 한때 경회루 연못을 판 흙으로 만든 인공 산으로 여겨졌으나 「경복궁도」는 그것이 본래부터 존재한 자연 지형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미산은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다. 주산에서 내려온 지기가 맺히는 ‘대혈’이며, 궁궐 전체 구조를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중심점이다. 실제로 교태전에서 강녕전, 사정전, 근정전,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일직선의 축은, 마치 이 아미산에서 흘러나온 에너지가 남쪽으로 펼쳐지며 형성된 듯한 구조를 보인다. 겉으로는 「주례」의 전조후침과 오문삼조라는 제도적 형식을 따르면서도, 실제로는 풍수적 생기를 중심으로 공간이 조직된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축선에서 가장 먼저 아미산의 기운을 받는 건물이 ‘침전’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궁궐이 단순한 정치 공간이 아니라, 가장 깊은 생명력과 기운을 받아야 하는 생활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경복궁은 건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형 위에 얹혀진 하나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공간 위에 전혀 다른 시대의 서사가 겹쳐지고 있다. 바로 BTS의 공연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시작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축을 따라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개된 티저에서도 근정전 일대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확인된다. 이는 단순한 장소 선택이 아니라, 경복궁의 상징적 중심축을 그대로 따라가는 연출이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경복궁에는 ‘아미산’이 있다. 그리고 BTS의 팬덤 이름은 ‘아미(ARMY)’다.

물론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어원을 가진다. 하나는 풍수 지형에서 유래한 전통 용어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그러나 발음이 같다는 사실은, 우연 이상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BTS는 그동안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상징과 서사를 정교하게 쌓아온 그룹이다. 그들의 세계관(BU)은 문학, 철학, 신화적 요소를 끊임없이 끌어와 새로운 의미망을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이번 경복궁 공연에서, 이 ‘아미’라는 이름은 과연 어떻게 울릴까.

근정전에서 시작된 퍼포먼스가 광화문으로 확장되는 그 흐름은, 어쩌면 아미산에서 시작된 궁궐의 보이지 않는 축과 겹쳐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왕권의 질서가 이 축을 따라 전개되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 팬들과 연결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제안을 해볼 수 있다. 경복궁을 찾는 BTS의 ‘아미’들이 있다면, 공연이 펼쳐지는 앞마당에서 멈추지 말고 궁궐의 가장 깊은 곳, 교태전 뒤편의 아미산까지 걸어가 보기를 권한다. 그곳은 경복궁이라는 공간이 시작된 자리이며, 보이지 않는 흐름이 맺힌 자리다. 그리고 이름이 우연히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곳은 특별한 장소가 된다.

아미산에 서서 다시 남쪽을 바라보면, 근정전과 광화문 너머로 이어지는 축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은 과거에는 왕의 길이었지만, 지금은 BTS 세계와 연결된 또 다른 길이 되었다.

어쩌면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과거의 공간 위에 현재의 이야기가 포개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중심 어딘가에 두 개의 ‘아미’가 겹쳐 있다.

하나는 천 년의 지형이고, 하나는 세계를 움직이는 이름이다. 그 둘이 만나는 순간 경복궁은 더 이상 과거의 궁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그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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