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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돌풍 속 다시 소환된 단종의 삶과 군주의 의미
왕과 사는 남자 - 포스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흥행을 이어가자 작품의 배경이 된 단종의 삶과 실제 역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 기록과 감독 배우들의 반응 그리고 단종 관련 도서와 유배지 청령포에 대한 관심까지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핵심은 하나로 모인다. 스크린 속 단종의 비극이 오늘의 관객들에게 역사와 권력 그리고 인간의 의리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단종과 그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해진이 엄흥도 역을 맡았고 박지훈이 단종을 연기했다. 영화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새로 쓰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장항준 감독에게는 첫 천만 영화라는 기록도 안겼다.

 

왕과 사는 남자 - 1300만 넘다

흥행 배경으로는 단순한 사극의 외형보다 단종이라는 존재가 지닌 비극성과 인간적 울림이 꼽힌다. 장항준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단종 곁을 지켰던 이름 없는 이들과 엄흥도 같은 인물들에게서 오늘날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의로움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유해진에 대해 “대안 없는 엄흥도”였다고 말하며 영화의 중심을 붙든 인물로 평가했고 박지훈에 대해서도 절제된 감정을 지닌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유해진 역시 이 작품에 대해 촬영이 끝난 뒤에도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특별한 영화라고 밝혔다.

 

왕사남과 사람들

영화의 인기가 커지면서 무대인사 티켓 암표 거래까지 나타날 정도로 관심이 과열됐고 관련 도서 판매와 도서관 대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단종애사』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단종실록 세조실록 관련 권수는 영화 개봉 이후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강원 영월 청령포 역시 관람객이 크게 늘며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 현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영화가 그려낸 단종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화적 재구성이다. 실제 역사 속 단종은 단순한 희생자 이미지로만 보기 어려운 군주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장은 단종을 세종과 문종이 설계한 유교 정치 질서를 이어가려 했던 능동적 군주로 해석한다. 단종은 어린 나이에 즉위했지만 신하들과의 협의 통치를 중시했고 경연에 성실히 참여하며 정치의 원리와 인재 등용의 기준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록 속 단종은 단순히 휘둘리는 소년 군주가 아니라 인사 문제에서도 능력 중심 원칙을 드러낸다. 박 원장은 단종이 선왕의 뜻을 근거로 인사 문제를 반박하고 재능 있는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례를 들어 그를 정치 감각이 있는 군주로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단종의 몰락은 한 소년 왕의 비극을 넘어 세종대의 협력 통치 시스템과 유교적 이상 정치가 무너진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령포와 관풍헌을 둘러싼 단종의 마지막 행적 또한 영화와 역사 사이의 간극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극적 장면을 위해 일부 설정을 바꿨지만 실제 기록에는 단종이 유배길에 오른 과정과 영월에서의 처지 그리고 최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문헌과 설화가 전한다. 실록은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적고 있지만 후대 기록과 설화는 타살 혹은 강요된 죽음의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다. 이 차이는 단종을 바라보는 조선 사회의 애도와 비판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준다.

결국 ‘왕과 사는 남자’가 불러온 단종 열풍은 흥행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단종을 단지 비운의 왕으로 소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권력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지도자는 어떤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끝까지 지켜야 할 의리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어린 왕 단종이 경연에서 던졌다는 “사무사”의 뜻처럼 사사로움 없는 마음과 올바른 정치의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질문으로 남아 있다.
 

문윤홍 전문기자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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