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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수(分數)를 잊은 공직자들에게 묻는다
청빈낙도(淸貧樂道)-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분수'와 '정도(正道)'를 강조한 가치관의 발현

선조(宣祖) 시절의 명상 이원익은 서거 당시 관값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빈한한 삶을 살았다. 그의 청백함을 기려 이불과 요를 하사했던 인조(仁祖)는, 영의정을 지낸 이의 거처가 비가 샐 정도의 초가 두 칸뿐이라는 보고를 받고 "40년 입시(入侍)의 결과가 이것뿐이란 말이냐"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해진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지향했던 청빈낙도(淸貧樂道)는 단순히 가난을 예찬한 것이 아니었다. 공직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분수'와 '정도(正道)'를 강조한 유·도교적 가치관의 발현이었다. 이 가르침은 시대가 변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공직자가 탐욕에 눈이 멀면 그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건강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보도되는 공직자 비리 수사 결과를 지켜보노라면 "해도 너무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적발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분수를 잊은 채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권세를 누렸다. 법을 우습게 알고,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습에서 국민은 깊은 배신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이토록 심한 부조리를 마주하다 보면 과연 세상에 선악의 구별이 있는가 하는 회의마저 든다. 일찍이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의인인 백이와 숙제가 굶어 죽고, 공자의 어진 제자 안회가 요절한 현실을 통탄했다. 반면 흉측한 도둑 도척이 천수를 누린 것을 보며 "천도(天道)란 과연 누구의 편인가"라고 물었다. 작금의 상황 역시 그 맹랑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5공 시절, 권력자의 친인척들이 이권에 개입해 세상을 어지럽혔던 암울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다주택 부동산을 차명으로 소유하며 투기에 열을 올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그 시절의 악습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분노가 치민다.

공직은 사사로운 치부의 수단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자들 중 다주택 소유자 등 부적절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이들은 스스로 공직의 길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 국민의 대변인이 되겠다는 자들이 자신의 '분수'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정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윤희 (미주지역 5·18 광주민중항쟁 동지회장)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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