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107년 전 오늘(2026년 기준), 상해의 좁은 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나라의 기틀을 세웠던 선조들의 뜨거웠던 순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기록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운명의 밤: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
1919년 4월 10일 밤 10시, 상해 김신부로(金神父路)의 한 건물. 좁은 방 안에 전국 각지에서 온 29명의 의원이 둘러앉았습니다. 3·1 운동으로 터져 나온 민족의 독립 의지를 담아낼 '정부'를 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회의는 밤을 꼬박 새워 다음 날인 4월 11일 오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회의가 바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의회인 임시의정원의 시작이었습니다.

2. "제국"에서 "민국"으로: 국호의 탄생
가장 치열했던 토론 중 하나는 바로 나라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그 이름을 그대로 씁시다."
"제국은 황제의 나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해보자"는 의미와 함께, '민(民)'이 주인인 나라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긴 논의 끝에, 500년 왕정의 시대가 저물고 현대적인 공화국의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3. 선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국호 결정에 이어, 그들은 새로운 나라의 뼈대가 될 '대한민국 임시 헌장' 10개조를 선포했습니다. 그 제1조는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이 짧은 한 문장은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대전환이었습니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닌, 시민이 선출한 대표가 운영하는 나라를 선포한 것입니다. 또한 인민의 평등, 자유권, 선거권 등을 명시하며 근대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4. 첫 번째 내각의 구성
이어 정부를 이끌어갈 지도부를 선출했습니다.
국무총리: 이승만
내무총장: 안창호
외무총장: 김규식
법무총장: 이시영
재무총장: 최재형
군무총장: 이동휘
교통총장: 문창범
비록 땅은 잃었으나 주권과 국민, 그리고 법령을 갖춘 망명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4월 11일의 의미
1919년 4월 11일은 어둠 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우리는 이제 노예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다"라고 전 세계에 선언한 날입니다. 상해의 그 좁은 방에서 시작된 이 불꽃이 27년간의 긴 투쟁을 견디게 했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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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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