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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고양벌 울린 ‘수제천’의 장엄한 선율… K-팝의 근원을 선포하다

지난 주말, 고양 종합운동장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아미(ARMY)의 함성과 보랏빛 물결로 가득 찼다. 2026년 방탄소년단의 ‘ARIRANG’ 월드투어 서막을 알린 이번 고양 공연은 단순한 대중음악 콘서트를 넘어,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와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화제가 된 지점 중 하나는 본 공연 시작 직전, 장내 분위기를 정돈하며 울려 퍼진 도입 곡이었다. 화려한 전자음악이나 긴박한 비트 대신 경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우리 전통 국악의 정수인 ‘수제천(壽齊天)’이었다.

수제천은 흔히 종묘제례악과 같은 제례 음악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궁중 연례나 왕의 행차 시 연주되던 ‘정악(正樂)’에 속한다. 백제 시대의 가요 ‘정읍사’를 기원으로 하는 이 곡은 현존하는 국악 합주곡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그 선율의 유려함과 장엄함 덕분에 국악의 백미로 손꼽힌다. 곡명에 담긴 ‘수명이 하늘과 가지런하다’는 의미처럼, 수제천은 인간의 안녕과 영원성을 노래하는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토록 정교하고 격조 높은 정악을 공연의 첫 단추로 선택한 것은 이번 투어의 핵심 테마인 ‘아리랑’과 궤를 같이한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체성과 우리 민족의 시원적 생명력을 드러내기 위한 치밀한 연출로 풀이된다. ‘아리랑’이 지닌 광명(光明)의 정신, 즉 ‘빛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긍정하는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에 앞서, 청각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뿌리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셈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 팬은 게시판을 통해 "공연 시작 전 흐르는 수제천의 선율을 듣는 순간 전율이 돋았다"며 "단순히 한국적인 소재를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문화의 깊이를 전 세계 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느껴졌다"는 감상을 전했다.

대중음악의 정점에서 우리 역사의 숨결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부활시킨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문화 독립군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낸 이번 공연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부심이 빚어낸 최고의 결과물로 기록될 것이다.

수제천을 연주하는 모습 출처 : 국립국악원 채널

수제천 들어보기 (국립국악원) https://www.youtube.com/watch?v=OANnUZVjfLE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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