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작곡하고 노래하며 인간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첨단 기술과 전통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AI와 인간의 창작 협업 가능성을 탐구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6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인문학 콘서트 ‘공존’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건설적 공존을 주제로 국악관현악과 첨단기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예술 실험의 장으로 마련됐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미 예술과 기술의 융합 분야에서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로봇 지휘자 ‘에버6’를 무대에 올린 공연 ‘부재’를 통해 인간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탐구했으며 같은 해 VR 기술을 활용한 ‘관현악의 기원’을 선보이며 국악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공존’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인간과 함께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미래 예술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와 공연 진행에 이르기까지 AI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생성형 AI 음악 기업인 포자랩스가 참여해 100만 개 이상의 자체 음악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섯 편의 창작 국악관현악곡을 완성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 작품들을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리며 AI 창작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의 문을 여는 ‘데이터의 발아’는 관객 설문을 통해 수집된 감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작곡한 작품이다. 이어 ‘알고리즘 아리랑’은 전국 각지에 전승된 아리랑 데이터를 AI가 분석한 뒤 인간 편곡자가 재해석해 완성했다.
특히 ‘그대라는 기적’은 관객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를 기반으로 AI가 직접 작사와 작곡을 수행했으며 AI 보컬이 실제 노래 협연까지 맡아 눈길을 끈다. 또한 인간과 AI가 음악적 대화를 주고받는 ‘경계의 확장’과 AI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인간이 발전시켜 완성한 ‘공존의 울림’도 초연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무대 진행 방식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진다. 국내 대표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정재승 교수가 사회를 맡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용 AI 페르소나인 ‘지음(知音)’이 공동 진행자로 참여한다. AI 지음은 공연 중 실시간 대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인간과 AI의 협업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를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지휘는 로봇 지휘자 에버6의 동작 학습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정예지가 맡는다. 그는 AI가 만든 음악에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는 해석과 감성을 더해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표현할 계획이다.
또한 KBS ‘남자의 자격’과 ‘불후의 명곡’ 그리고 SBS ‘런닝맨’ 등을 집필한 김미연 작가가 공연 구성을 담당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AI와 예술의 담론을 관객들이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이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인간과 AI가 함께 창작하는 미래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적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이번 ‘공존’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기술과 인간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묻는 동시에 예술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공존의 길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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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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