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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들

언제부턴가 우리는 ‘소속’보다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같은 지역에서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직장을 옮기고 거주지를 바꾸며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살아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생활은 원만하게 하지만 특정 조직이나 모임에 깊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만의 삶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집단에도 완전히 자신을 맡기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최근 일부 심리학 연구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이향인’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향인도 내향인도 아닌 또 다른 유형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학문적으로 널리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에 공감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과거 산업사회는 조직 중심의 사회였다. 학교와 회사 그리고 종교와 지역공동체는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틀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자유로운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수많은 정보와 사람들을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게 되면서 특정 집단에 반드시 의존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소속은 약해졌지만 연결은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점차 "나는 어느 조직에 속한 사람인가"보다 "나는 누구인가"를 더 중요하게 묻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회현상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과 지식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경쟁력은 암기력이나 반복적인 업무 수행 능력이 아니라 창의성과 통찰력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냐는 질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완전한 고립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문제는 과거처럼 조직이 개인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래 사회는 아마도 ‘강한 개인과 건강한 공동체’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지니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되 필요할 때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사회다. 소속을 강요하지 않지만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왜 현대인들은 점점 조직보다 자기 자신을 찾으려 하는가.

그 이유는 인간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흐름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양의 전통사상에서는 이를 원시반본이라 부른다.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의 본래 모습은 직장인이나 소비자 그리고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사회적 역할 이전에 존재한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고유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있다.

오늘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어쩌면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향해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조직의 이름으로 자신을 설명하기보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물론 모든 이향인이 그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개인주의나 고립으로 흐를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흐름의 이면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초연결 사회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조직도 더 많은 정보도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인간,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인간, 그리고 자신의 빛으로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인간일 것이다.

미래는 단순히 기술의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시대다. 그리고 그 인간은 다시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오늘날 ‘이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증가는 그 첫 번째 징후일지도 모른다. 소속의 시대를 넘어 존재의 시대로 나아가는 문명의 작은 신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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