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아프리카 서쪽 바다를 바라보면, 대서양 한가운데 작은 점처럼 흩어져 있는 섬들이 있다. 바로 Cape Verde,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의 카보베르데다. 인구는 60만 명 남짓, 국토 면적도 제주도의 두 배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나 선수 (스페인의 공세를 막아내 카보베르네를 알렸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약 500km 떨어진 화산섬들로 이루어진 군도 국가다. 척박한 토양과 부족한 수자원, 변변한 천연자원조차 없는 환경을 가진 나라다. 흔히 국가의 발전 조건을 이야기할 때 영토, 인구, 자원, 지정학적 위치를 꼽지만, 카보베르데는 그 어느 것 하나 유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독립 이후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정치적 혼란과 군사 쿠데타가 반복되었던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카보베르데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비교적 투명한 행정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국제사회에서도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천연자원이 없는 대신 관광산업과 서비스업을 육성했다. 아름다운 해변과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유럽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들이 보내는 송금 또한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작은 나라가 가진 한계를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카보베르데의 문화 역시 독특하다. 수백 년간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프리카의 전통을 잃지 않았다. 유럽과 아프리카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형성된 크리올 문화는 이 나라만의 정체성이 되었다. 세계적인 가수 Cesária Évora가 부른 애잔한 모르나(Morna) 음악은 대서양의 바람과 섬사람들의 정서를 담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카보베르데를 보며 새삼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넓은 영토나 풍부한 자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와 문화, 그리고 국민들의 역량이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 작은 섬나라가 안정된 민주주의와 개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현실은 많은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는 종종 강대국의 경쟁과 거대한 경제권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러나 때로는 대서양 한가운데 조용히 떠 있는 작은 섬나라가 더 큰 교훈을 전해주기도 한다. 카보베르데는 규모는 작지만, 국가 발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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