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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 쏠린 80%의 여성, 왜 화장실 앞에선 멈춰 서야 하나 1대 1의 기계적 평등이 만든 현장의 불평등, 이젠 '수요 맞춤형 화장실 체계'로 전환할 때

성황리에 진행중인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은 가히 대한민국 '책 문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절대다수는 2030 젊은 세대였고, 그중에서도 80% 이상은 여성 독자들이었다. 출판 시장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이들이 보여준 열정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강력한 원동력을 확인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문화 축제의 감흥은 전시장 문을 나서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바로 전시장 내부 화장실 앞에 끝도 없이 이어진 여성 관람객들의 긴 줄 때문이었다. 남성 화장실은 대기 인원 하나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여성 화장실 앞은 수 미터 밖까지 꼬리를 문 행렬이 대조를 이뤘다. 현장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단순한 지체 현상이 아니라, 공간 설계가 시대와 현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한 명백한 '행정적 불합리'였다.

물론 대형 전시장 설계 당시에는 남녀 화장실 면적이나 변기 비율을 1대 1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생리적 특성과 현장의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평등'의 오류다. 의학 및 행정학계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화장실 이용 시간은 남성에 비해 최소 2.5배에서 3배 이상 길다. 남성 화장실에는 회전율이 압도적으로 빠른 소변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관람객 성비가 정확히 5대 5인 행사라 할지라도 여성 화장실은 남성보다 두세 배 더 넓거나 변기 수가 많아야 비로소 대기 시간이 비슷해진다는 뜻이다. 하물며 관람객의 8대 2가 여성인 도서전 같은 행사에서 1대 1의 화장실 배치를 고수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화장실 불평등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은 역, 공항, 경기장 등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여성용 변기 수를 남성용보다 대폭 증설하도록 하는 첫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과거 남성 중심주의적 설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기 시간을 줄이는 '실질적 평등'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공중화장실법을 통해 여성 화장실의 변기 비율을 규정하고는 있으나, 코엑스나 킨텍스처럼 수십 년 전에 지어진 노후 대형 전시장이나, 특정 성별이 압도적으로 몰리는 특별 행사에는 이 법적 기준이 유연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대형 전시 컨벤션 센터를 찾은 관람객들이 생리적인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축제 시간의 절반을 차가운 복도 줄서기로 허비해야 하는가. 이제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먼저, 대형 전시장들은 고정된 화장실 벽안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행사의 성격과 사전 예매 성비를 고려해 가변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가변형 화장실'이나 '행사용 임대 화장실' 확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여성 관람객이 몰리는 행사 기간에는 인근 남성 화장실의 일부 칸을 임시 여성 전용 공간으로 전향하거나, 전시장 내부에 세련된 이동식 여성 전용 화장실 부스를 대거 추가 설치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나아가 향후 공공 건축물 및 다중이용시설의 설계 기준 역시 기계적 면적 분할이 아닌, '실질 대기 시간 제로(Zero)'를 목표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화려한 전시 콘텐츠뿐 아니라, 그 공간을 소비하는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와 인프라에서 완성된다. 젊은 여성 독자들이 이끄는 책 문화의 열기가 화장실 앞 차가운 줄서기 속에서 퇴색되지 않도록, 이제는 공간의 혁신과 행정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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