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필자는 단 세 편의 짧은 영상으로 유튜브 생태계를 흔들던 한 신예 유튜버를 주목했다. 화려한 기획도, 자극적인 편집도 없이 그저 안경을 쓴 채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버스 안에서 가볍게 손가락 브이를 그리던 소녀. 채널 개설 얼마 되지 않아 구독자 10만 명을 눈앞에 두었던 ‘유튜버 서수민’의 이야기다.
“안경 낀 평범한 영상에 열광”… 구독자 10만 눈앞에 둔 신예 유튜버 서수민 2025.09.14 http://www.hmh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25
당시 대중은 그의 꾸밈없는 외모와 풋풋한 매력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미지 소비 시대의 단발성 화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서수민은 유튜브 화면을 넘어 지상파 주말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로 당당히 대중 앞에 섰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 주인공 소지섭의 딸 ‘김민지’ 역으로 화려한 연기 데뷔식을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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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부장>은 방영 단 2회 만에 시청률 15.7%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극 중 서수민은 사춘기 소녀의 까칠함과 수줍음, 그리고 사건의 기폭제가 되는 강단 있는 감정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안경 쓴 평범한 소녀’가 사실은 대형 기획사들의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묵묵히 연기를 준비해 온 ‘준비된 원석’이었음이 증명된 순간이다.
기자로서 그의 성장세를 지켜보며 문득 흥미로운 의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목격했던 그 상큼하고 자연스러웠던 일상의 영상들은 과연 ‘배우 등극’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자연스러운 서사의 일부였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는 뉴미디어 시대에 대중의 마음을 훔치는 가장 영리한 프리퀄(Prequel) 마케팅이었을 것이고, 설령 우연의 일치였다 하더라도 대중이 숨은 보석을 먼저 알아본 뉴미디어 시대의 드라마틱한 발견임이 틀림없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성공적이다. 과거 신인 배우들이 길거리 캐스팅이나 공채 시험을 거쳐 베일에 싸인 채 데뷔했던 것과 달리, 서수민은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먼저 서사를 공유했다. 59초짜리 영상 하나로 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다져진 친밀감은, 드라마 속 ‘김민지’라는 인물에 대중이 더 깊이 몰입하고 그를 응원하게 만드는 든든한 발판이 되었다. 잘 만들어진 일상의 서사가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작년 가을, 필자의 펜 끝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기록되었던 소녀가 이제는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뒤흔드는 기대주로 성장했다. 유튜브라는 가상 공간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운 매력이 스크린 너머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이 멋진 서사의 주인공이 앞으로 더 큰 배우로 만개하기를 언론인이자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진심으로 응원한다.
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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