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 야구 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응원 퍼포먼스 논란은 단순한 ‘학생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깊이와 파장이 너무나 엄중하다.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등학교 앞에서 특정 역사적 비극과 혐오 정서가 담긴 밈(Meme)을 조직적인 안무와 함께 외친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청소년 스포츠 현장의 윤리적 부재와 왜곡된 공동체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을 보며 분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비하와 조롱을 유희로 소비하는 넷우익(Net-Right) 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배운 극단적인 혐오와 역사 왜곡적 발언을 오프라인, 그것도 공정한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 경기장에서 배설하듯 쏟아냈다. 상대방의 가장 아픈 역사적 배경을 겨냥해 치밀하게 준비된 조롱은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 이는 언어적 폭력이자 정서적 테러에 가깝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성을 짓밟고 역사적 비극을 희화화할 권리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둘째, ‘어른들’의 처참한 방조와 도덕적 해이다.
아이들이 그릇된 길로 갈 때 브레이크를 잡아주어야 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침묵했고, 경기장의 포청천이어야 할 심판은 오히려 피해를 입은 상대 팀을 만류하는 촌극을 빚었다. 한술 더 떠, 자기 자식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꾸짖기는커녕 상대 팀의 항의에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학부모들의 소식은 이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고장 났는지를 보여준다. 승리 지상주의와 내 자식 감싸기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시민 의식마저 저버린 셈이다.
셋째, 스포츠맨십의 완전한 붕괴다.
야구는 상대에 대한 존중(Respect)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스포츠다. 프로 무대를 꿈꾼다는 유망주들이 한국 야구계의 뼈대를 이루는 수많은 호남 출신 선배들과 지도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판에서 이러한 행위를 벌였다는 것은, 기술만 배웠을 뿐 인간으로서의 지각(知覺)은 배우지 못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인생은 커뮤니티가 아닌 실전이다."
댓글 창을 가득 채운 대중의 서늘한 일갈처럼, 이들이 마주할 현실은 냉혹할 것이다. 이미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선수 명단이 공유되고 있으며,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도 인성 검증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히 몇 명의 선수를 징계하거나 사과문 한 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학교와 야구협회 차원의 엄중한 징계는 물론, 운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과 시민 윤리 교육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머리는 비어있고 몸만 자란 괴물을 키워내는 체육 교육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혐오 문화 무감각증에 대해 엄중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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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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