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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절기 속 14번째인 소서 |
오늘(7일)은 24절기 가운데 동지로부터 시작해 열네 번째 절기인 소서(小暑)다. 이름은 '작은 더위'지만, 실제 들녘에서는 작은 더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때다. 장마가 이어지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논마다 푸른 벼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여름도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과정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서를 한 해 농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겼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든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 주고 간다."
이 속담에는 모내기를 제때 끝내기 위해 신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땀을 흘렸던 공동체 문화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마을 모두의 일이었고, 서로의 손을 보태는 것이 곧 자신의 풍년을 준비하는 길이었다.
소서는 또 '보릿고개'를 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우내 아껴 먹던 식량에서 벗어나 막 수확한 보리와 밀을 맛보고, 제철 과일과 채소가 식탁을 풍성하게 채운다. 밀국수 한 그릇, 수제비 한 그릇에도 계절을 견뎌낸 사람들의 기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맘때 빼놓을 수 없는 별미는 단연 민어다. 애호박을 넣고 푹 끓인 민어탕은 무더위에 잃기 쉬운 입맛을 되살려 주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이겨내는 지혜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소서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절기가 알려주는 계절의 흐름은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더 세심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제철 음식으로 체력을 보충하는 작은 습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뜨겁지만, 논밭을 스치는 초록빛은 어느새 한여름의 생명을 키우고 있다. 절기는 해마다 같은 날 찾아오지만, 그 계절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오늘 소서를 맞아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연의 시간을 느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무더위 속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건강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절기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지혜일지 모른다.
김가연 기자 k-ga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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