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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는 승리의 깃발을 꽂는 곳이 아니다, 이미지 AI작업 |
예루살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곳이 단순한 영토가 아니라 세 종교의 신앙과 역사, 민족의 정체성이 한데 얽혀 있는 인류 공동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과 수천 명의 유대인들이 경찰의 보호 아래 성전산(하람 알샤리프)에서 공개 기도를 진행한 사건은 단순한 종교행사로만 볼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사건은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현상 유지(Status Quo)'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예루살렘 성지는 작은 행동 하나가 거대한 전쟁으로 번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0년 제2차 인티파다도 성지 방문을 계기로 촉발되었고, 2021년 알아크사 성원 충돌 역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어졌다. 성지는 언제나 갈등의 진원지가 아니라 갈등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되어 왔다.
이번 사건에서 더욱 우려되는 점은 공개 기도가 경찰의 보호 아래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많은 팔레스타인인과 이슬람권 국가들에게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권력이 성지에 대한 주권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종교의 자유와 성지의 주권 문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신앙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특정 종교의 성지가 다른 종교 공동체에게 정복의 상징처럼 비쳐서는 더욱 안 된다.
성지는 승패를 겨루는 전장이 아니다. 더욱이 신앙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오늘날 중동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영토 분쟁이 종교전쟁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영토는 협상을 통해 나눌 수 있지만, 신앙은 쉽게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지를 둘러싼 작은 변화 하나도 수억 명의 신앙인들에게는 존재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전례가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한쪽이 성지를 독점하려는 순간, 다른 한쪽은 자신의 신앙이 침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때부터 성지는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대립의 상징으로 변하게 된다.
예루살렘은 유대인만의 도시도, 무슬림만의 도시도, 기독교인만의 도시도 아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와 신앙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세계의 성지이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힘으로 성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인류는 이미 수천 년 동안 종교를 이유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왔다. 이제 성지는 승리의 깃발을 꽂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신앙이 공존하며 평화를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예루살렘이 인류에게 전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이며, 국제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시대적 과제일 것이다.
"무력으로 지킨 성지는 언젠가 또 다른 무력 앞에 흔들리지만, 상호 존중으로 지킨 성지는 세대를 넘어 인류의 유산이 된다. 지금 예루살렘에 필요한 것은 승리의 함성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지혜와 절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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