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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면도날에서 세계 최고의 면도날까지도루코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적

 

한국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부족했다. 철강도, 기계도, 자본도 귀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

도루코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사용하고 버린 양날 면도날을 창업자 탁시근 회장이 하나둘 모아 새로운 용도를 고민했다는 이야기다. 날카로운 강철의 특성을 살려 이를 문구용 칼로 재가공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훗날 국내 면도날 산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새 철강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였던 면도날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산업의 씨앗이 된 것이다. 작은 재활용 아이디어는 단순히 문구용 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우리 손으로도 세계 최고 품질의 칼날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면도날 제조 기술 개발이라는 더 큰 도전으로 발전했다.

1955년 동양경금속으로 출발한 회사는 1961년 대한민국 최초의 안전면도기를 개발했고, 이후 자체 면도날 생산에 성공하며 국산 면도날 시대를 열었다. 당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시장에서 국산 기술로 승부한 것은 한국 산업사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도루코(DORCO)'라는 이름 역시 회사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창업 당시 회사명인 '동양(DO)', 'Razor(R)', 'Company(CO)'를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면도기 전문기업'이라는 철학을 브랜드에 담았다.

도루코는 이후 세계 최초 6중날, 세계 최초 7중날 면도기를 잇달아 개발하며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오늘날에는 세계 1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친환경 면도기와 프리미엄 제품까지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면도기 기업으로 성장했다.

도루코의 역사는 단순한 한 기업의 성공담이 아니다. 버려진 면도날 하나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창업 정신, 부족함 속에서도 기술을 포기하지 않았던 장인 정신, 그리고 세계 최고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산업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보았지만, 누군가는 미래를 보았다. 도루코의 역사는 바로 그 '미래를 보는 눈'이 어떻게 한 기업을 만들고, 한 나라의 기술력을 키워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산업사의 한 페이지다.
 

김만섭 기자  kmslov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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