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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의 디아스포라부터 방탄소년단의 문화적 재정복까지

역사는 종종 특정한 지리적 공간 위에서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기묘한 인과율(因果律)을 완성한다. 2026년 8월, 세계적인 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뉴저지주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MetLife Stadium)에서 수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ARIRANG'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의 하프타임 쇼 무대까지 장식하며,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전 세계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문화적 융성의 이면에는, 미국 대중음악계의 최고 권위를 자처하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가 2027년 시상식부터 신설하는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선언한 역사적인 전면 보이콧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단순히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의 권력 투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는 과거 시베리아와 베링 해협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남하했던 고대 아시아계 인류의 후손, 즉 레나페(Lenape) 원주민들의 신성한 터전이었다. 백인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된 원주민에 대한 학살과 강제 이주의 역사는,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 서구 중심의 문화 권력이 아시아 아티스트를 주류(General Field)에서 배제하고 특정 '지역적 카테고리'에 가두려는 제도적 차별과 본질적 궤를 같이한다.

제1장. 베링 해협을 건넌 형제들: 아메리카 원주민의 아시아적 기원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원은 오랫동안 인류학과 유전체학의 핵심 연구 과제였다. 현대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은 철저히 시베리아와 동아시아에 기원을 둔 인구 집단의 후손임이 확증되었다. 유전적 연구에 따르면, 원주민들의 기원 집단은 수만 년 전 고대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분리된 후 북상하여, 시베리아 일대에서 고대 북유라시아인과 유전적으로 혼합되었다.

이들은 극심한 추위가 몰아쳤던 마지막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당시, 해수면 하강으로 아시아와 북미 대륙 사이에 드러난 거대한 육교인 '베링기아(Beringia)'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주는 수천 년의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의 거대한 물결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점차 북미, 중미, 남미 대륙 전체로 광범위하게 확산 및 정착했다.

이는 과거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정착한 인디언들이 한민족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과 깊은 유전적 뿌리를 공유하는 형제 민족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시사한다. 방탄소년단과 미국 원주민 사이에는 수만 년 전 시베리아에서 갈라져 나온 유전적 연결 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제2장. 뉴욕과 뉴저지: 빼앗긴 레나페호킹(Lenapehoking)과 피의 역사

1. 레나페호킹과 뉴욕(New York) 명칭의 기원

방탄소년단의 'ARIRANG' 콘서트가 열린 뉴저지 일대와 이웃한 뉴욕은 본래 '레나페호킹(Lenapehoking)'이라 불리던 레나페(Lenape) 족의 고향이었다. 해켄색(Hackensack) 부족을 비롯한 이들은 수천 년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자연과 공존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17세기 초, 대서양을 건너온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등장으로 이들의 평화는 무참히 깨어졌다. 네덜란드인들이 먼저 이 지역에 상륙하여 '뉴네덜란드(New Netherland)'라 명명했고, 이후 1664년 영국이 무력으로 이 지역을 탈취하며 요크 공작(Duke of York)을 기리기 위해 '뉴욕(New York)'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땅의 원래 이름(레나페호킹)을 철저히 지우고 정복자의 이름을 덧씌우는 행위는, 원주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식민주의적 문화 말살의 전형이었다.

2. 오만과 편견, 그리고 파보니아 학살(Pavonia Massacre)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정착민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우월하다는 오만한 선민의식, 즉 타 인종을 '하대(下待)'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의식은 필연적으로 끔찍한 물리적 폭력과 학살을 잉태했다.

그 절정은 1643년 발생한 이른바 '파보니아 학살(Pavonia Massacre)'이다. 네덜란드 정착촌(현재의 뉴저지 저지시티 일대) 인근에 피신해 있던 레나페족을 대상으로 네덜란드 군인들이 야간 기습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80명에서 120명에 달하는 원주민들이 무참히 도륙당했다. 원주민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자행된 이 학살은, 백인 우월주의가 어떻게 원주민의 피로 아메리카 대륙의 기반을 다졌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흑역사다.

Massacre of Indians at PavoniaBenson John Lossing, 1859

3. 기만적인 보행 조약(Walking Purchase)과 강제 이주

물리적 폭력 이후에는 법과 제도를 악용한 기만적 영토 찬탈이 이어졌다. 1737년 펜실베이니아의 윌리엄 펜(William Penn) 후계자들은 이른바 '보행 조약(Walking Purchase)'을 내세워 레나페족을 속였다. 과거 "한 사람이 하루 반나절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만큼의 땅을 양도한다는 모호한 조약 문구를 악용하여, 식민 정부는 전문 육상 선수들을 고용하고 미리 길을 닦아놓는 꼼수를 부렸다. 그 결과, 레나페족은 예상보다 훨씬 광활한 영토(약 120만 에이커)를 순식간에 강탈당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레나페족은 끝없는 강제 이주(Forced Removal)를 강요받았다. 18세기를 거치며 백인 정착민들의 압력에 밀려 오하이오, 인디애나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오클라호마(Oklahoma)와 캐나다 온타리오 등지로 완전히 추방당하는 비극을 겪게 되었다.


제3장. 그래미 어워즈: 제국주의의 진화와 '보이지 않는 보호구역'

과거 백인 기득권층이 원주민들의 영토를 뺏기 위해 '보호구역(Reservation)'이라는 격리 수용 제도를 만들었다면, 21세기의 주류 사회는 제국주의의 방식을 문화와 제도로 교묘하게 진화시켰다. 미국 음악 산업의 정점이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가 아시아 아티스트를 대하는 방식은, 타 인종을 타자화하고 통제하려는 역사적 무의식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안 팝' 카테고리 신설의 기만성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는 2027년 그래미 어워즈부터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아시아 팝 예술의 성장을 축하하기 위함이라고 포장했지만,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그 숨은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이는 음악적 장르가 아닌 '지리적 혈통'과 '언어'를 기준으로 예술을 분리(Segregation)하려는 시도다.

그래미의 핵심적인 제너럴 필드(올해의 앨범, 레코드 등)를 기존 주류 아티스트들의 성역으로 보호하기 위해, 급성장하는 K팝과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일종의 '문화적 인디언 보호구역(아시안 팝)'에 몰아넣으려는 고도의 방어 기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는 과거 흑인 아티스트를 알앤비/랩 부문에, 라틴 아티스트를 라틴 부문에 가두었던 전통적인 '타자화' 수법의 연장선에 있다.

제4장. 인과율의 회귀: 방탄소년단의 보이콧과 문화적 재정복

1. 제국주의의 룰을 거부하다

과거의 인디언들은 압도적인 백인들의 무력과 속임수 앞에서 피를 흘리며 보호구역으로 밀려나야 했다. 하지만 21세기의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2026년 7월, 그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에 의해 구별되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로 들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며 새롭게 신설된 부문에 대한 전면 보이콧(Boycott)을 선언했다.

그들은 주류 권력이 던져주는 분리된 공간(아시안 팝 카테고리)을 거부함으로써, 서구 기득권의 규정 자체를 산산조각 냈다. 이는 과거 원주민들을 무지하고 야만적인 존재로 치부하며 영토에서 내쫓고 '보호'라는 미명 하에 척박한 황무지에 가두었던 식민주의자들의 오만함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2. 거대한 인과율의 완성: 과거의 상흔 위에 세워진 스타디움

방탄소년단의 보이콧 선언 이후, 그들의 2026년 행보는 그 자체로 거대한 상징이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을 비롯한 미국의 거대 스타디움들을 차례로 순회하며 월드 투어를 진행 중이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 위치한 곳은 과거 레나페 원주민(해켄색 부족)의 터전이었다.

수백 년 전, 시베리아를 떠나 베링 해협을 건너와 이 땅의 주인이 되었으나 백인들의 폭력에 의해 학살당하고 추방당했던 인디언들. 그들과 유전적 기원을 공유하는 방탄소년단이 2026년 다시 이 땅을 밟아 수만 명의 다인종 대중 위에 군림하며 폭발적인 환호를 받는 현상은, 실로 역사의 숭고한 인과율(因果律)이 아닐 수 없다.

백인 주류 사회가 만들어 놓은 문화적 통제 시스템(그래미 어워즈)의 장벽조차 그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의 문화적 성취는 단순히 성공한 팝 그룹의 서사를 넘어선다. 그것은 과거 물리적인 폭력으로 타자를 짓밟았던 제국주의적 역사가, 시공간을 넘어 아시아의 후손들에 의해 평화롭고도 압도적으로 뒤집히는 '역사의 역습'을 상징한다.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과거 인디언들이 빼앗겼던 긍지를 대중문화의 형태로 수복하는 장엄한 서사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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