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서문에 보면 선종대왕(선조)이 허준을 불러 의서를 편찬할 것을 하교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조는 “ 근래에 중국의 의서를 보니 모두 조잡한 것을 초록하고 모은 것이어서 별로 볼만한 것이 없으니 여러 의서들을 모아 책을 편찬해야겠다.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 여러 의서들은 번다하니 요점을 가리는데 힘쓰라. 궁벽한 고을에 치료할 의사와 약이 없어 요절하는 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약재가 많이 산출되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종류별로 나누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을 병기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 고 명하였다.
중국 책은 조잡하고 번다하니 요점만 잘 가리라는 말 대로 동의보감은 요점별로 잘 정리하였고, 탕액 편에는 우리나라 약재에 대해 많이 기술 하고 있다.
또한 ‘수양이 최선이고 약물은 그 다음이다’ 란 말에 맞게 첫 신형 편에서부터 정, 기, 신 편을 비롯 곳곳에 양생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양생(養生)이라 하면 기를 양 자, 살릴 생 자, 내 안의 정(精),기(氣),신(神)을 기르며 살아가는 법도를 얘기하는데, 의학에 있어서의 양생은 정기신을 잘 길러 병든 몸을 살린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동의보감은 편찬 초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지만 마지막까지 완성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허준 선생이며, 동의보감은 그의 개인 저작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 완성을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편찬 초기에 편찬국 안에는 허준 선생 말고도 양예수, 정예남, 김응탁, 이명원, 정작 선생 등이 있었다. 양생서로서의 동의보감의 모습은 도학의 비조였던 정작 선생에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작 선생은 용호비결, 궁을가로 잘 알려진 선사 북창 정렴 선생의 아우이다. 동의보감은 동의보감보다 30년 앞선 명나라 이천의 저작인 의학입문을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의학입문엔 양생이나 신도세계 등에 관련된 서술이 적은 편이나 유독 동의보감에는 도가서도 많이 인용하였고 양생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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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
허준의 동의보감은 2009년 세계 의학서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500가지가 넘는 방대한 동양의 의학 서적 중에서 핵심 내용을 간추린 점과, 예시를 들 때 어느 서적에서 참고를 하였는지 근거를 명확히 한 점도 훌륭했지만, 일반 백성이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 한자만 알면 해당 목차를 찾아보고 손쉽게 양생법, 단방약 등을 알 수 있게 백과사전식으로 기재했다는 면에서 그 훌륭함이 인정되었다.
카이스트 인문과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전북대학교 과학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신동원 교수는 대표적인 허준 바라기 교수다. 그는 "허준은 남이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았다"고 말하며 "단지 병을 잘 고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 인간의 몸과 질병, 병과 치료술을 꿰뚫는 그러한 세계"였다고 말한다. 신동원 교수가 쓴 ‘조선 사람 허준’, ‘조선 사람 생로병사’ 등의 책을 보면 단순히 임상 치료가로서의 허준이 아닌, 양생가로서 허준, 조선시대 과학자로서의 허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한의학 교육은 현대과학과 융합한 현대의학교육과 경쟁하며 발전하면서, 기존 의서를 현대에 맞게 과목을 나누어, 한방 원전학, 한방 의사학, 한방생리학, 한방병리학, 한방진단학, 본초학, 방제학, 경혈학, 침구학 등의 기초과목과 한방내과 (간계내과,심계내과,비계내과,폐계내과,신계내과) ,한방재활의학과, 한방소아과학, 한방부인과학, 한방신경정신과학, 한방안이비인후과학, 한방피부과학 등의 임상과목 등으로 나누어 공부 하고 있고, 현대의학도 나름의 해부,생리,조직,병리,생화학,약물학 등도 같이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양생에 관련해서 생각해서는 한방기공학 1가지 과목에 그친다. 양생하면 도가나 선가만의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유, 불, 선, 기독교에 호흡(조식법), 참선, 기도에 녹아들어 있으며, 한의학 경전 곳곳에 수련이나 참선, 양생에 관련된 내용들이 들어가 있으나 한방기공학 1과목으론 그 핵심을 다 공부하기 힘들다. 방대한 불가의 팔만대장경과 도가의 도장경에 비하면 공부가 아주 미미하다 할 것이다.
한의학 경전 속 곳곳의 양생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기조신 四氣調神 (사계절에 맞게 생활법도와 정신조절을 해야하는 것), 태식법 胎息法(어린 아이들처럼 하복부 단전호흡을 통해 하단전의 정을 기르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 허심합도 虛心合道(나의 人心이나 人慾을 줄이고 비워내어, 天心, 天道와 합치 시키는 법) 등이다.
한의사가 무슨 양생법이나 도 닦는 것이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선인들은 환자의 치료보다 질병 예방을 위한 양생을 중요시 해 왔고, 가르쳐왔다.
醫師의 고(古)문자는 毉師였다. 예전에는 “의”의 밑 부수받침이 현대의 술 주 자에서 따온 酉(유)자가 아닌 巫(무) 였던 것이다. 巫 자는 무당 무 자로 새김하는데, 본래, 하늘과 땅의 이치를 꿰뚫고 있는 工 자에다가 사람인 자가 두 개가 들어간 자이다.
중고시대 이후로 진짜 무당이 적고 가짜 무당이 판치는 세상이어서, 무당에 대한 폄하 인식이 많고 현재도 그런 인식이 있으나, 무당은 원래는 태곳적 군사부일체 세상에서의 진정한 지도자였고, 그 후 군사위가 갈라지면서 부터는 임금의 스승 역할을 했었다,
의사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는 단순히 의학지식만이 아니라 무형의 세계인 하늘과 땅의 기운 및 신도세계에 통하여 환자의 질병의 근원을 파악함은 물론 죽음의 예측까지도 했었다. 삼국시대 조조의 죽음을 예측했던 명의 화타도 무의(巫醫) 였던 것이다.
현대물리학이 발달하고 만물의 실상이 서로 다른 파동으로 있을 뿐 결국 空이란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서양의 많은 학자나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들이 단학, 불교, 명상에 심취하고 있다.
오히려 서양의 배웠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동양의 양생술이나 단학, 명상 등에 깊숙이 빠져들고 꾸준한 수행을 통해 이룬 무형 세계에 대한 체험담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입장에 서서 행동을 해야할 때다.
한의사들은 그간 서양의술의 기준에 맞춰 각 질환별 치료법 개발에 몰두해왔던 작업을 계속 하면서도 양생술을 한층 더 발전시켜 예방교육, 섭생교육, 호흡법 교육, 수면교육 등을 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호흡하고, 환경에 맞춰 살기만 하면 정말 건강을 이룰 수 있다.
10여년전 한참 서구에서부터 영향받아 국내에도 불어왔던 웰빙 문화가 조금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아직도 합성 착색료, 착향료가 온갖 우리 먹거리를 오염시키고 있다. 정부에서 강한 규제를 통해 거대 식품, 스낵, 음료 제조 회사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얘기했듯 한의학은 한의사만의 것도 아니다. 한방을 좋아하고 우리 한문화를 자부하는 사람들은 양생술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병이 온 현상에만 초점을 맞춰서 어느 병엔 무엇을 먹는게 좋을까 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내가 가진 병은 왜 온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고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제대로 양생을 할 때, 요즘 젊은이들이 외치는 절규 “Hell조선” 이라는 슬픈 단어는 사라질 것이며 국민 전체의 정신이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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