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자신을
캔버스로 내 주자
나무는 살아있는
벽화를 그리는 중
햇살도 지켜보는 중
[시인의 말]
건물의 차가운 벽면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따스한 햇살을 문득 바라보며 이 디카시의 첫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인공적인 건축물과 자연의 생명력이 마주하는 순간, 벽이 단지 거푸집이 아니라 나무의 그림자를 담아내는 너른 캔버스가 되는 풍경이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심 속 조그만 모퉁이에서 인공과 자연이 서로를 품어주는 아름다운 조화를 발견하고 이를 시적 문장으로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벽’은 배척이나 막힘의 상징이 아닌 자신을 비워 타인을 받아들이는 포용의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그 위에서 계절과 바람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나무의 그림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살아있는 벽화’가 되어 생명의 호흡을 전합니다. 여기에 만물을 온화하게 비추는 햇살이라는 따스한 시선이 더해지면서, 경계와 갈등을 넘어선 완벽한 상생과 공존의 가치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단단한 벽과 유연한 나무 그림자, 그리고 그 위를 스치는 햇살이 만들어내는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화면 연출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차가운 벽이 스스로를 내어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하듯,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 서로가 마음의 여백을 내어주는 '공존의 미학'을 깊이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이 작고 따스한 풍경이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온화한 위로와 소통의 메시지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김영익 시인 tanky123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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