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의 삶과 존엄, 자유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김문옥 감독의 영화 ‘양로원 탈출기’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비플릭스(BFLIX)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제타미디어가 운영하는 비플릭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독립영화와 숨은 작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의 하나로 ‘양로원 탈출기’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89분 분량의 ‘양로원 탈출기’는 연극 무대에서 사랑받은 동명 작품을 영화적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노인들의 좌충우돌 탈출기를 중심으로 가족과 사회가 생각하는 ‘돌봄’과 당사자가 느끼는 삶의 자유 사이의 간극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자식들은 부모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양로원에 모시지만, 정작 부모들은 자신들이 ‘현대판 고려장’에 갇혔다고 받아들인다. 결국 노인들은 양로원을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기 위한 탈출을 계획한다.
영화에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최 회장(박효근)을 비롯해 이민 간 아들과 며느리, 손녀를 기다리는 왕년의 배우 윤숙희(전채련), 이북에서 전향한 역전의 용사 양정칠(박노철), 무당 출신 정옥자(이영숙) 등이 한 공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들은 양로원 원장(촌택근)을 둘러싼 비리와 갈등 속에서 마침내 자신들의 의지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탈출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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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양로원 탈출’ 자체가 아니다. 노년의 삶 역시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 삶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노인을 동정이나 비극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하고 갈등하며 꿈꾸고 자유를 원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작품의 특징이다. 웃음을 앞세운 탈출극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노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문옥 감독은 충무로단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독립영화 저변 확대와 영화인 발굴에 힘써왔다. 2021년 제59회 영화의 날 평생공로패, 2020년 제25회 춘사영화제 특별상 극영화부문, 2019년 제32회 예총예술문화상 영화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도 ‘호루라기’(2026), ‘가시나무새’(2026), ‘만춘’(2025)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물과 삶의 모습을 꾸준히 스크린에 담아왔다.
‘양로원 탈출기’에서는 연극 특유의 생생한 인물 간 앙상블을 영화로 옮기는 한편, 노년의 삶과 가족, 돌봄의 문제를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비플릭스는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독창적인 이야기와 영화적 가치를 지닌 한국영화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양로원 탈출기’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 “나이가 든 뒤에도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노년의 존엄과 자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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