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조선일보 유석재의 ‘악인전’은 역사 비판인가, 인격살인인가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는 최근 ‘악인전’에서 이유립 선생을 유사 역사학자로 규정하고, 그가 전승·소개한 『환단고기』를 위서로 단정했다. 학문적 검증을 내세웠지만, 정작 영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냉정한 사료 비판이 아니라 한 인물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태도였다.

이유립 선생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환단고기』의 성립 과정과 사료적 가치에 대해서도 충분히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학설을 비판하는 것과 한 인간의 인격을 난도질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역사적 쟁점을 다룬다면서 흰 수염과 한복 차림을 조롱하고, 그의 삶 전체를 ‘판타지’와 ‘국뽕’이라는 말로 몰아붙이는 것은 학문적 논증이 아니라 인격적 모욕에 가깝다.

이유립 선생을 두고 ‘종교인이자 잡지 발행인’이라고 소개한 것은 중립적인 이력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독자에게 일정한 선입견을 심어주려는 표현이다. 종교인이라는 말에는 비합리적이고 비학문적이라는 인상을 덧씌우고, 잡지 발행인이라는 말에는 전문적인 역사 연구자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그렇다면 유석재 기자는 신문사에 소속되어 기사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주장이 자동으로 더 학문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잡지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왜 폄하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직함이나 소속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주장을 펼쳤는지, 그리고 그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일이다

그는  평생 우리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그가 1978년 인터뷰에서 “한민족 최초의 통일 국가는 고구려”라고 말하고, 고구려의 활동 영역을 광범위하게 주장했다고 해서 그를 곧바로 사기꾼이나 망상가로 취급할 수는 없다.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자료와 논증으로 판단할 일이지, 외모와 말투, 사회적 배경을 빌미로 조롱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역사학계의 ‘정설’ 역시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기록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고, 기존의 해석이 고고학적 자료와 새로운 연구에 의해 수정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쟁 역시 공개적인 자료 검토와 치밀한 문헌 비판을 통해 다뤄야 한다. “학계에서 위서로 판명됐다”는 선언만 반복한다고 해서 대중의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석재 기자의 문제는 『환단고기』를 비판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비판의 방식이다.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대신 그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고, 그의 생김새와 신념, 삶의 궤적을 하나의 희화화된 캐릭터로 소비한다. 이는 역사 다큐멘터리라기보다 대중의 조롱과 분노를 유도하는 인물극에 가깝다.

특히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한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청자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낙인이 아니라 균형 잡힌 설명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환단고기』에 주목해 왔는지, 그 안의 어떤 내용이 논쟁적인지, 반론은 무엇인지, 기존 학계의 설명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문화 전문기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태도다.

그러나 유석재 기자는 이유립 선생을 한 명의 연구자나 전승자로 바라보기보다,  ‘유사 역사학자’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그 프레임을 통해 한 인간의 명예와 삶을 손쉽게 소비했다. 이것은 학문적 비판이 아니라 인격살인이다.

진짜 악인은 역사적 주장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조롱하는 자다. 진짜 악인은 자신의 해석을 절대적 진리처럼 내세우며 다른 목소리를 악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자다. 진짜 악인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인격을 파괴하면서도 자신은 객관적인 심판자인 양 행동하는 자다.

이유립 선생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독자와 연구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가 유사 역사학자인지, 『환단고기』가 어떤 성격의 문헌인지는 앞으로도 자료와 논증을 통해 토론되어야 한다. 유석재 기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역사적 검증’이 진정한 것이라면, 먼저 자신의 보도 방식부터 검증해야 한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사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한 인물의 주장을 반박할 수는 있어도, 그의 인격과 삶까지 함부로 살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악인전’이 보여준 악의 얼굴은 이유립 선생이 아니라, 타인을 악인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려 한 유석재 기자에게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유석재 기자는 그런 점에서 가장 악랄한 악인이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