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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석재의 악인전』이 범한 심각한 범주 오류와 지적 살해살인마와 역사학자를 한데 묶다니… 언론의 기괴한 '악인' 프레이밍

언론이 누군가를 '악인(惡人)'으로 규정하여 대중의 심판대 위에 세울 때는, 그에 합당한 보편타당한 윤리적 훼손이나 명백한 범법 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조선일보에 연재된 『유석재의 악인전』은 우리 역사 속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극악한 행적을 남긴 인물들을 소환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실제로 이 연재물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가족 6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원조 살인귀' 고재봉, 심야에 무고한 시민 8명을 찔러 죽인 노상 연쇄살인마 심영구,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수많은 민주 인사들을 불법 고문한 박처원,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우범선과 북한으로 월북한 최고위층 최덕신까지. 이들은 타인의 생명을 잔혹하게 앗아갔거나, 국가 권력으로 인권을 유린했거나, 나라를 팔아넘긴 명백한 범죄자이자 반역자들이다.

그런데 이 핏빛 가득한 흉악범들의 명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이름 하나가 끼어 있다. 바로 제10회와 최근 유석재 채널의 영상 주인공으로 등장한 독립운동가, 역사학자 이유립(1907~1986)이다.

기자 스스로도 인정했듯, 이유립은 흉악범이 아니었고 실정법을 단 한 번도 위반하지 않았으며, 반역을 저지르거나 나라를 배신하지도 않았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주류 학계로부터 '위서' 취급을 받는 『환단고기』를 세상에 공개하여, 대중들에게 이른바 '국뽕'을 주입했다(?)는 것뿐이다. 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 살인마나 끔찍한 고문 기술자들과, 특정 역사관을 주장하며 책을 펴낸 학자를 어떻게 동일한 '악인'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가? 이는 저널리즘이 범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주 오류이자 악의적인 프레이밍이다.

이유립과 『환단고기』를 둘러싼 담론은 언론이 단정 짓듯 '거대한 사기극'으로 완벽히 종결된 사건이 아니다. 주류 사학계는 문헌에 등장하는 근대적 용어들을 근거로 명백한 위서라고 비판하지만, 비주류 민족사학계와 일부 천문학자,과학자들은 천문학적 관측 기록의 일치 ,문헌 교차검증,홍산문화 등 유물 유적의 증거,광개토태왕비문과의 기록 일치 등을 근거로 고대부터 내려온 진서(眞書)의 뼈대가 존재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위서론과 진서론의 대립은 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증되어야 할 '지식의 전장'에 속한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학술적 이단아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여 사법적 단죄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펜을 쥔 언론의 오만이자 지적 횡포다.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는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의 잔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서, 한민족의 역사를 한반도라는 좁은 영토와 2,000년 남짓한 시간 속에 축소하고 가두어왔다는 원죄적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도 단군을 허구의 인물로 몰아가고 2700년 정도의 역사를 주장하는 것이 지금의 주류사학계다) 반면 이유립으로 대변되는 민족사학계는 7명 환인의 환국부터 18명 환웅의 배달국, 47명 단군의 조선으로 이어지는 9,000년의 거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와 분단에 짓밟힌 민족혼을 되살리려 분투했다.

과연 철저한 고증이라는 미명 하에 자국의 역사를 반토막 내어 외세의 식민 논리에 암묵적으로 부합했던 과거의 일부 기득권 사학자들과, 잃어버린 광활한 대륙의 기상을 기록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려 했던 학자 중 역사 법정에서 누가 더 '매국'에 가깝고 누가 더 '악인'인가?

이유립이 구성한 역사가 훗날 실증사학의 돋보기 아래서 모순투성이로 판명될지언정, 그것은 나라를 팔아먹거나 동족을 학살하려는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식민사관의 족쇄를 끊어내겠다는 강렬한 '선의'의 산물이다. 이를 범죄적 사기극으로 둔갑시켜 흉악범들과 같은 선상에 전시하는 것은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일방향적 폭력이다.

언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자극적인 흑백논리로 학술적 쟁점을 여론 재판에 넘기는 것이 아니다. 왜 수많은 한국인들이 그토록 『환단고기』의 서사에 열광하고 위로받았는지, 그 심연에 깔린 대중의 트라우마와 역사적 갈증을 읽어내는 것이다. 학문적 논쟁의 광장에서 다루어져야 할 학자를 살인마들의 사형대 위로 끌고 올라간 이번 기획은, 주류 사학계의 편협함과 권력화된 언론의 폭력성을 동시에 노출한 씁쓸한 자화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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