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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7.7 창립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희건 초대 대표이사, 이미지=신한은행 |
재일동포 사회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동포들의 힘을 모아 모국 금융 발전에 크게 기여한 故 이희건(1917~2011)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2026년 9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됐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재일동포의 금융 기반을 마련하고 동포 자본의 모국 투자를 이끌어 대한민국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 이희건 명예회장을 9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희건 회장의 삶은 재외동포의 성장이 동포사회에 머물지 않고 모국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15세에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그는 현지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국제상점가연맹 번영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재일동포 상공인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주목했다.
당시 재일동포 상당수는 제도권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고금리 사채에 의존해야 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5년 신용조합 ‘오사카흥은’을 설립하며 동포들이 서로 돕는 금융 기반 마련에 나섰다.
재일동포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그의 노력은 이후 모국을 향했다.
이 회장은 재일동포들이 대한민국에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와 ‘제일투자금융’ 설립을 이끌며 동포 자본과 모국 경제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실 가운데 하나가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이다.
이 회장은 재일동포 340여 명의 출자를 이끌어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해외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재일동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본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활동은 금융 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1997년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당시에는 재외동포의 국내 송금 운동을 이끌며 모국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에는 이재민 구호 활동을 지원하는 등 한일 양국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한일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이희건 한일교류재단’도 현재까지 그의 뜻을 이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희건 회장의 삶이 오늘날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재외동포의 힘’을 모국 발전의 자산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낯선 타국에서 경제적 기반을 일군 동포들이 서로 신뢰하고 힘을 모아 금융기관을 만들고, 다시 그 힘을 고국에 투자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한 축을 세웠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재외동포 네트워크가 대한민국의 경제·문화 발전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이희건 회장의 삶은 재외동포의 성장이 동포사회를 넘어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동포들의 신뢰와 힘을 모아 모국 금융의 새로운 길을 연 그의 도전과 헌신을 우리 국민께서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故 이희건 회장이 남긴 유산은 하나의 은행을 설립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타국에서 살아온 재외동포들이 서로를 믿고 힘을 모으면 모국의 미래를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의 삶과 도전은 오늘날에도 깊은 의미를 전하고 있다.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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