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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명김영익 시인의 힐링 디카시 4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

나도 그래

그래도 나를 통해
네가 좀 밝아졌으면 좋겠다

 
 

[시인의 말]

어느 저녁, 아파트와 건물 사이로 떠 있는 달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밤의 건물들은 수많은 불빛을 품고 있었지만, 그 위에 떠 있는 달은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않으면서도 어둠 속에서 가장 선명한 존재로 보였습니다. 달빛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니 시를 쓰는 사람의 모습도 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 역시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빛을 받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복잡한 설명을 덜어내고 달과 나를 나란히 세워 보았습니다. “달은 스스로 / 빛을 내지 못하지”라는 말에는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시인으로서의 겸손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시인은 특별한 빛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작은 빛을 어둠 속에서 다시 비추어 주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시 한 편이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캄캄한 밤에 잠시 방향을 알아볼 만큼의 밝음은 건네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의 “그래도 나를 통해 / 네가 좀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이 시를 쓰게 된 가장 솔직한 마음입니다. 여기서 ‘너’는 특정한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시를 읽는 모든 사람일 수 있습니다. 시인의 사명이 거창한 구원이나 가르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를 건너간 자리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조금 덜 어두워지는 데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인은 태양이 아니라 달에 가까운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익 시인: 시집《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유튜브 [김상무의 시와 노래 충전소] https://www.youtube.com/@kimyoungik-poemsong/ 블로그 [시 한 잔 건네기] (https://blog.naver.com/kimyoungik-)

 
 

김영익 시인  tanky123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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