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팽이에서 나온 달팽이는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 채비를 한다
한 편의 시도
함께 떠오를 채비를 한다
![]() |
[시인의 말]
비가 내린 뒤 젖은 광장에서 이 조형물을 바라보다가, 물 위에 몸을 낮춘 작은 형상과 그 곁에서 크게 솟아오른 나비의 모습이 한 장면처럼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물팽이처럼 보이는 낮은 형상에서 출발해 나비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조형적 흐름이 한 편의 시가 태어나는 과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땅에 붙어 있던 작은 움직임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하늘을 향하는 것처럼, 시도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출발해 상상의 공간으로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팽이와 달팽이, 나비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하나의 변화 과정으로 이어 보았습니다. 여기서 ‘달팽이’는 느리고 낮은 곳을 기어가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언젠가 자신의 껍질을 벗고 전혀 다른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을 품은 존재입니다. 그 변화의 끝에 나비를 놓으니, 시를 쓰는 일 또한 평범한 삶의 자리에서 출발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한 편의 시도 함께 떠오를 채비를 한다"는 마지막 구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곧 세상 밖으로 나아갈 작품을 바라보는 시인의 설렘도 담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동행'은 단순히 함께 걷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물과 땅, 달팽이와 나비, 현실과 상상, 그리고 시인과 시가 서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특히 사진 속 조형물 뒤편의 여러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풍경까지 함께 바라보면, 혼자 날아오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존재와 풍경의 도움 속에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느낌도 생깁니다. 결국 시란 혼자 만들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삶의 사물과 사람, 시간과 기억이 함께 올라타 하늘로 떠나는 작은 비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익 시인 / 시집 《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유튜브 [김상무의 시와 노래 충전소] https://www.youtube.com/@kimyoungik-poemsong
▶ 블로그 [시 한 잔 건네기] (https://blog.naver.com/kimyoungik-)
김영익 시인 tanky12387@gmail.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