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 힐링 생활 문화
아름다운 감춤김영익 시인의 힐링 디카시 7

너도 반, 나도 반
딱 반씩만 내보이는 모습으로
우리 서로 양보하자

먼훗날 우리 서로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지자

 

[시인의 말]

바위에 새겨진 서산 마애석불의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재미있는 장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가운데 부처는 온전한 모습으로 드러나 있지만, 양옆의 두 인물은 바위의 갈라진 틈과 깎여나간 부분에 의해 마치 몸의 절반을 감춘 듯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훼손된 조각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오히려 서로 조금씩 자신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무엇이든 다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때로는 반쯤 물러서고 반쯤 비워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배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너도 반, 나도 반’이라는 말에는 거창한 화해의 논리보다 아주 소박한 삶의 태도를 담고 싶었습니다. 내가 조금 덜 차지하면 상대가 조금 더 설 자리가 생기고, 내가 한 걸음 물러서면 서로의 모습이 온전히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딱 반씩만 내보이는 모습’이라는 표현을 통해 욕심과 주장도 절반쯤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여기서 ‘감춤’은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기꺼이 남겨 두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의 ‘먼훗날’은 지금 당장의 이해득실을 넘어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오늘 조금 양보하고 조금 감춘 것이 훗날에는 서로를 웃게 하는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시는 바위 속에 남겨진 불상의 모습에서 출발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저마다 감춰야 할 부분과 내어놓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완전히 드러내는 것보다 서로의 몫을 남겨두는 것, 어쩌면 그것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영익 시인 / 시집《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유튜브 [김상무의 시와 노래 충전소]

https://www.youtube.com/@kimyoungik-poemsong

▶ 블로그 [시 한 잔 건네기] (https://blog.naver.com/kimyoungik-)

 

김영익 시인  tanky12387@gmail.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익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