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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 5차 발사 성공 |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다섯 번째 우주 비행에 성공하며 우주 수송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히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기술 실증을 넘어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 첨단 과학기술 연구 등 다양한 국가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 우주 수송체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강력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이후 약 22분간 비행하며 목표 고도 약 570㎞에 도달해 지구 관측용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9기를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당초 탑재된 위성은 모두 15기였으나 큐브위성 1기는 사출관이 열리지 않아 분리되지 못했다. 다만 핵심 임무인 초소형군집위성 5기의 궤도 투입과 최초 교신에 성공하면서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5차 발사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성공으로 누리호는 2022년 2차 발사 이후 네 차례 연속 성공 기록을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군집위성 ‘네온샛’, 한반도를 지키는 우주의 눈
이번 발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총괄 개발한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NEONSAT)’ 2~6호를 목표 궤도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네온샛은 여러 대의 위성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지구를 관측하는 시스템이다. 하나의 위성이 특정 지역을 관측하고 지나간 뒤 다른 위성이 다시 같은 지역을 촬영함으로써 지상의 변화를 더욱 짧은 간격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산불과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의 진행 상황을 신속하게 관측하고 국가안보와 국토 관리에 필요한 정밀 정보를 확보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에 발사된 위성 5기는 약 2~3개월간 초기 운용과 궤도 조정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군집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7년 예정된 누리호 6차 발사에서 추가 위성이 배치되면 한반도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반복 관측 능력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에 띄운 작은 실험실, 첨단기술의 미래를 시험하다
누리호에 탑재된 큐브위성들은 각각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첨단기술을 검증하는 작은 실험실 역할을 맡는다.
의약품 결정 성장과 인공지능 자율운용, 국산 반도체의 우주환경 적응성, 달 탐사 핵심 부품, 레이저 광통신 등이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다.
스페이스린텍의 큐브위성 ‘비-1012’는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치매 치료제 관련 의약품 결정 성장 실험을 수행한다. 지상과 다른 중력 조건에서 형성되는 결정 구조를 분석해 의약품 연구와 제형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실험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자율운용 기술도 시험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개발 부품들이 탑재됐다. 극심한 온도 변화와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무인탐사연구소의 ‘율리시스’는 지구 관측과 함께 미래 달 탐사 로봇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시험한다.
이처럼 누리호는 위성을 우주로 운반하는 역할을 넘어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기술이 우주산업으로 확장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300여 국내 기업 참여…민간 주도 우주시대 본격화
이번 발사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성과는 민간기업의 역할 확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4차 발사에 이어 누리호 5차 발사에서도 제작과 총조립을 주관했다. 특히 이번에는 발사통제센터의 관제 장비를 직접 운용하며 발사체 운용 기술을 축적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추진제탱크 개발과 엔진 클러스터링 등 발사체 핵심 기술에 참여했고,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설비 구축과 운용을 지원했다. 현대로템 역시 추진기관 시험설비를 담당하며 발사체 성능 검증에 기여했다.
이들 주요 기업을 비롯해 약 300개 국내 기업이 부품 제작과 조립, 시험, 발사 운용 등에 참여했다.
정부와 국가 연구기관이 주도하던 우주개발 사업이 민간기업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이른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주산업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넘어 민간의 투자와 기술혁신, 상업적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발사 성공 넘어 가격경쟁력과 상업화가 과제
누리호의 연속 발사 성공은 기술적 신뢰성을 높였지만 세계 우주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세계 우주산업에서는 다수의 위성을 한 번에 발사하는 방식과 재사용 발사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발사 비용을 낮추고 발사 주기를 단축해야 국제 위성 발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누리호의 반복 발사를 통해 제작과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민간 상업발사 서비스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이어가고, 이후 민간 주도 상업발사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은 2032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의 누리호 발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발사 주기 앞당겨 우주기술 발전 가속”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집무실에서 참모진과 함께 누리호 발사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발사 성공이 확인되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적극적인 우주개발 지원을 강조하며 향후 발사 주기를 더욱 단축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위성체 기술 발전과 우주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민간기업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주를 향한 도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우주산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통신과 기상 관측, 재난 대응, 국방과 안보는 물론 인공지능과 반도체, 정밀의료, 로봇 등 첨단산업 전반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5차 발사는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수송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를 넘어 우주를 활용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은 한두 차례의 발사 성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발사 수요와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 경제성을 갖춘 발사 서비스, 차세대 기술 개발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과학기술의 발전이자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것은 단순한 인공위성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기술 자립과 미래 세대의 가능성, 그리고 우주를 새로운 산업과 연구의 무대로 만들어 가겠다는 도전의 의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다음 과제는 이제 분명하다. 우주로 갈 수 있는 나라에서, 우주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나라로 발전하는 것이다.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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