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저 풍경을 기억하는
힘도 떨어진다
너는 늘 거기에 있을 거고
나는 기억의 일부로 남겠지

[시인의 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때는 눈을 감아도 떠오르던 풍경이 어느 날 문득 희미해지고, 오래 바라본 장면조차 온전하게 붙잡아 두기 어려워집니다. 이 시는 그런 순간에 찾아온 작은 상실감에서 출발했습니다.
사진 속 호수는 실크로드 답사 차 머물렀던, 키르스스탄에 있는 이식쿨 호수의 풍경입니다. 호수와 나무, 멀리 솟은 산을 바라보며 풍경은 여전히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만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는 늘 거기에 있을 거고’라는 구절에는 변하지 않는 자연과 변해 가는 인간의 시간이 마주 놓여 있습니다. 풍경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기억의 선명도마저 세월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나는 기억의 일부로 남겠지’라는 마지막 문장은 단순한 망각의 두려움을 넘어, 언젠가 풍경을 기억하던 나 자신도 그 풍경 속 과거의 한 조각이 되리라는 예감으로 읽힙니다.
제목을 ‘노화’라고 붙인 까닭은 이별이나 상실이라는 말보다 그 변화의 과정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노화는 무언가를 잃어 가는 일이면서, 동시에 내가 세상에 머무는 방식이 달라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시를 읽을 때는 호수에 비친 풍경의 고요함과 그 안에 스며든 시간의 흐름을 함께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풍경 하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 풍경은 지금도 그대로인데, 그것을 기억하는 당신의 마음은 얼마나 달라져 있습니까?
김영익 시인
시집《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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