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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랑 초청 베트남 대학생들, 봉화에서 800년 전 조상의 발자취를 만나다락홍대 한국학과 학생들, 리 왕조의 후손이 뿌리내린 봉화 충효당 탐방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베트남 대학생들이 경북 봉화에서 특별한 감동을 경험했다. 800여 년 전 베트남 리(Lý) 왕조의 왕자가 고려로 건너와 정착하고, 그 후손들이 대대로 삶을 이어온 역사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사)대한사랑이 초청한 베트남 락홍대학교 한국학과 우수학생 다오 티 킴 융과 하 옹옥 투 짱은 지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5박 6일간 한국 역사문화 탐방에 참여했다.

세종대왕릉과 소수서원, 도산서원,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등 한국의 주요 역사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여정이었지만, 베트남 학생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 곳은 10월 10일 방문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의 충효당(忠孝堂) 일원이었다.

800년 전 베트남 왕자가 고려에 뿌리내린 역사

봉화 충효당 일대는 한국과 베트남의 오랜 역사적 인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베트남 리 왕조는 1009년 리타이토(Lý Thái Tổ·李太祖, 이태조)가 개창한 왕조다. 리타이토는 1010년 수도를 호아르(Hoa Lư)에서 대라성(Đại La)으로 옮기고 승룡(Thăng Lo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늘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역사적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사건이다.

그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13세기, 리 왕조의 왕족 이용상(李龍祥·Lý Long Tường)은 왕조 교체기의 정치적 혼란을 피해 고려로 망명했다. 고려에 정착한 그는 화산 이씨(花山李氏)의 시조가 되었으며, 그의 후손들은 경북 봉화 등지에서 대를 이어 살아왔다.

특히 이용상의 후손인 이장발(李長發, 1574~1592)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9세의 젊은 나이로 의병에 참여해 문경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비록 베트남 왕족의 후예였지만 고려와 조선을 자신의 나라로 삼고 살아간 후손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이장발의 충절과 효심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과 지역 유림들은 1750년경 그의 생가 터에 충효당을 세웠다. 현재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충효당은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인연을 상징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충효당·유허비·재실·리태조 동상…한곳에 남아 있는 양국의 역사

충효당 일원에는 오랜 세월 이어진 화산 이씨의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유적과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중심 건물인 충효당은 정면 4칸, 측면 2칸 반의 전통 목조 건축물로, 중앙 대청을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을 배치한 구조다. 건물에는 이장발의 충절을 기리는 글과 시문이 전해진다.


인근에는 이장발의 자취를 기록한 유허비와 이를 보호하는 비각이 있으며, 후손들이 제향을 준비하는 재실과 이장발의 묘소도 남아 있다.

특히 2025년 8월에는 충효당 일원에 베트남 리 왕조를 개창한 리타이토 왕의 동상이 세워졌다. 높이 약 5.5m의 청동 동상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리타이토 동상을 본떠 제작했다.

동상은 베트남의 왕이 한국 땅에 세워졌다는 사실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양국의 인연이 현대의 외교관계보다 훨씬 이전인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대에는 한·베 문화교류를 위한 다문화커뮤니티센터도 조성됐으며, 봉화군은 이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원호 대한사랑 학술이사, 현장에서 한·베 역사 해설

이날 탐방에는 대한사랑 최원호 학술이사와 이재영 베트남 지부장이 함께하며 베트남 학생들에게 충효당과 리 왕조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최 이사는 베트남 리 왕조의 성립과 이용상의 고려 정착, 화산 이씨의 형성,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이장발의 충절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역사의 흐름을 현장에서 풀어냈다.

학생들은 베트남 왕족의 후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온 과정을 배우며, 한국사가 자신들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일정에는 베트남 라이프플라자(Life Plaza) 대표 안치복 대한사랑 해외고문과 부인도 동행했다. 락홍대학교 한국학과 학생 2명과 이들을 인솔한 교사도 함께 충효당 일원을 찾으며 양국의 역사적 인연을 되새겼다.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역사문화 교류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함께한 만큼, 이날 탐방은 단순한 유적 방문을 넘어 양국의 오랜 인연과 미래의 교류 가능성을 생각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으로서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번 탐방을 마친 킴 융 학생은 10월 25일 작성한 감상문에서 봉화 방문의 감동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특히 10월 10일에는 산속 사찰의 미륵전을 찾아 한국 불교문화의 깊이와 마음의 평온을 얻는 한편, 봉화에서 베트남 리(Lý) 왕조의 후손인 리타이토(Lý Thái Tổ) 왕의 동상을 뵙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리타이토 왕이 1010년 수도를 승룡으로 옮긴 역사를 언급하며, 10월 10일에 그 동상을 찾게 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13세기 베트남 왕족이 한국에 정착하여 나라에 공헌했던 역사를 들었을 때, 한국학을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으로서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된 양국의 깊은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가슴 깊이 깨달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감은 이번 탐방이 단순히 한국의 문화유산을 감상하는 여행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이 한국 땅에 남아 있는 베트남 왕조의 흔적을 발견하고, 두 나라의 역사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험한 것이다.

함께 참여한 투 짱 학생 역시 10월 23일 감상문에서 "그동안 책이나 화면으로만 접했던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이번 탐방이 앞으로의 학업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를 통해 이어지는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이번 대한사랑의 베트남 락홍대학교 우수학생 초청 역사문화 탐방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적 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봉화 충효당 방문은 한국과 베트남의 인연이 단순히 현대의 경제협력이나 문화교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800년 전 왕족의 망명과 정착, 후손들의 삶과 희생 속에서 이어져 왔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킴 융 학생은 감상문 말미에서 앞으로 학업에 더욱 정진해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를 이어주는 문화적 가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번 기회를 마련해 준 대한사랑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언젠가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800년 전 베트남에서 건너온 왕족이 한국 땅에 새로운 삶의 뿌리를 내렸듯이, 오늘날 베트남의 젊은 한국학도들은 그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를 잇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찬화 전문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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