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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물빛을 점령해 가듯
[시인의 말] 호수 앞에 서면 초록은 색깔이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으로 다가옵니다. 물가의 나무들이 호수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짙은 초록이 물빛 속으로 번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군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무들은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지만,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습니다. 그 조용하고도 끈질긴 생명의 기세가 제게는 어떤 점령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던 마음은 어느 순간 도시로 옮겨 갔습니다. 콘크리트와 소음으로 빽빽한 도시에도 저 초록의 기운이 스며든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의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은 욕심과 무관심까지 초록이 조금씩 밀어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의 마지막에는 ‘네가 이 도시도, 너도 나도 점령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여기서 초록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미처 돌보지 못한 생명력과 평온함을 상징합니다. 이 시를 읽을 때는 제목의 ‘군대’가 지닌 낯선 긴장감과 사진 속 초록의 평화로운 풍경이 어떻게 부딪치는지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점령이라는 말은 본래 누군가의 영역을 빼앗는 행위이지만, 이 시에서는 오히려 점령당하기를 바라는 역설로 바뀝니다. 특히 ‘너도 나도’라는 표현에는 도시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도 달라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들어 있습니다. 초록이 물빛을 물들이듯, 자연의 생명력이 우리의 일상과 마음까지 번져 간다면 세상은 지금과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영익 시인 시집《아름다운 사기를 알아채다》 ▶ 유튜브 [김상무의 시와 노래 충전소] https://www.youtube.com/@kimyoungik-poemsong 블로그 [시 한 잔 건네기] (https://blog.naver.com/kimyoungik-) |
김영익 시인 tanky123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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