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주요국들이 전쟁 및 복합 재난 가능성에 대비해 민간 차원의 위기 대비 지침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위기 고조 속에서, 위기 발생 시 정부 지원이 즉각 도달하기 전 각 가정이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초기 생존 역량' 확보를 공식 권고하는 추세다.
■ 세계 각국, "최소 72시간에서 열흘간 스스로 버텨라" 권고
일본은 오는 12월 방재청 출범을 앞두고 국가적 재난이나 물류 마비에 대비해 각 가정에 최소 3일, 권장 일주일분의 비상식량, 식수, 간이화장실을 비축할 것을 대국민 요청으로 공식화했다.
유럽 주요국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대규모 정전, 사이버 공격, 기반시설 마비 등에 대비해 국민들에게 3일 치 비상 물품(식수, 라디오, 비상약 등)을 비축하도록 독려하는 '준비하라(Be Ready)' 캠페인을 시작했다. 독일은 과거 자연재해 중심의 비상 지침을 개정하여 실제 무력 충돌 위험까지 고려한 민방위 안내서를 마련하고, 최소 열흘간 외부 지원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물자 비축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한 복합적 안보 위기에 대비해 72시간 자력 생존을 골자로 한 '대비 태세 연합 전략'을 공식 채택했다. 특히 핀란드와 폴란드 등 접경국들은 수백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공 시설을 정비하고 전략 곡물 비축 확대, 지하 의료시설 및 비상 전력 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국가 전체의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 한반도 안보 긴장 고조… "비상 대비 지침의 현실화 필요"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군사적 대치가 상존하는 한반도의 대비 상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헌법적 적대국 규정과 최전방 일선 지휘관 대상 전투 준비 완성 지시, 잇따른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 시험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와 군 역시 을지연습과 전국 단위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을 통해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있으나, 민간 차원의 실질적인 생존 지침 숙지와 인프라 점검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 "라면은 비상식량이 아니다"… 실제 상황 맞는 생존 수칙 짚어야
전문가와 안보 분석가들은 위기 시 전기·수도·가스가 동시에 차단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비상식량으로 꼽히는 라면이나 즉석밥은 조리를 위해 물과 불, 전기가 필수적이므로 단수·정전 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조리 과정 없이 즉각 섭취할 수 있는 통조림, 에너지바, 견과류, 크래커 등 보존성이 높은 완제품 위주의 비축이 권장된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 기준 식수는 1인당 하루 최소 4L(음용 및 기본 위생 포함) 수준으로 계산해야 하며, 통신 두절을 대비한 건전지 작동 라디오, 손전등, 보조 배터리, 상비약품 등을 포함한 2~3일용 '생존 배낭'을 별도로 꾸려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사시 공습경보 발령 시 대피할 수 있는 인근 대피소 위치와 비상 연락 두절 시 가족 간 합류 지점을 사전 지정해 두는 등, 평시의 작은 관심과 준비가 실제 위기 시 생존 확률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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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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