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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 겨울은 유난히 차고 변덕스럽다.
그 변덕에 가을 너머 나뭇가지에 울긋불긋 색을 뽐내며 위태로이 매달려 있던 낙엽들이 하나둘 그 흔적을 감춘 지 오래다. 봄, 여름이 찬란히 피어나는 생동감을 만나는 시간이라면 가을, 겨울은 아련히 스러지는 고요함을 만나는 시간이다.
그 극단적인 경계에서 시린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연휴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는다. 언제나 우리의 일상은 그러한 태생적 외로움의 경계에서 즐거움과 슬픔이 아슬아슬하게 오고가는 광대의 줄놀이다.
12월 25일 저녁 SBS 가요대전에서 한국음악을 빛낸 '찬란한' 가수들이 자신들의 한해를 정리하고 서로의 무사한 만남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당당히 선배들의 노래와 자신들의 노래를 뽐내며 무대를 위해서 흘렸던 땀과 눈물이 아롱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동료였던 아이유는 1991년 처음 가요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며 아이돌이 아니라 한명의 아티스트였던 그를 추억했다.
김현식이라는 가수는 떠나갔지만 그의 노래와 목소리는 그를 추억하는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울려 지금도 생생한 호흡이 되어 느껴진다. 노래란 그런 것이고 가수란 그 시간에 노래라는 무늬를 새기는 예술가다.
2017년의 후배와 동료들이 그러했듯 예전의 그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데뷔를 위해 수년의 시간 동안 무대를 위해서 땀을 흘렸고 눈물을 흘렸으며 자신들이 연습하고 부른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하나의 화음이 되어 불리어 졌을 때, 인생의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신과 동료들의 노래를 새길 수 있어서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난 다음의 무대는 컴컴하다. 발걸음을 옮기려 해도 찬란한 빛 다음에 찾아온 어둠은 너무나도 짙어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높은 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이 되었지만 별이 되기 전의 자신을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심지어 내 가족도 친구도 빛나는 별로서의 자신을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으려고 했다. 외로움으로 다가오지 않는 불면의 밤을 노래로, 라디오로 팬들과 동료들과 만나며 이겨내려 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며 틔워낸 작은 불씨는 노래가 되고 동료 가수들에 의해 불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시간이 지나 그 아티스트의 얼굴도 이름도 희미한 기억이 되겠지만. 그의 마음이 담긴 단 하나의 노래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그들에게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마지막 잎새’가 되었다.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가 쓴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는 폐병에 걸린 주인공 수의 친구 존시는 나뭇가지 에 매달린 잎사귀를 보며 자신의 생도 저 잎사귀가 떨어지는 날 끝날 것이라 말한다. 존시는 수에게 희망을 놓지 않으면 분명 나아서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친구에게 말하지만 어느새 생의 의욕을 잃어버린 존시에게 수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수는 이웃집에 사는 변덕쟁이 베어먼 할아버지에게 이 말을 털어 놓듯 말하지만, 나무에 매달린 잎새가 떨어질 것을 잘 아는 수 역시 가슴 아픈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폭풍우가 분 다음날, 수와 존시는 나무를 바라보고서 잎사귀가 떨어져 있지 않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존시는 자신도 저 잎사귀처럼 끝까지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후에 그 잎사귀는 베어먼 할아버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에 그린 그림이었고, 그 그림을 그리다 베어먼 할아버지가 운명을 달리 했음이 알려지게 된다.
베어먼 할아버지에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잎새를 그리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혼자 산지 오래라 변덕스러워진 자신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던 자신에게 수가 말을 걸어주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생겨서 일까? 그것은 소설을 지은 오 헨리와 베어먼 할아버지가 잘 알겠지만, 자신의 삶과 맞바꿀 만큼 누군가에게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전해주는 일은 가치로운 일이었음을 전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인간의 위대함은 '인간의 위대함은 절망의 끝에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결코 죽을 때까지 다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을 만나고 그 만남이란 시간 위에 인연이란 매듭을 짓는다.
우리는 ‘그’라는 아티스트를 통해 생의 방향이 다양하고 복잡한 매듭 속에 남겨졌다. 비록 비극의 끝에서 이별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노래는 이야기한다.
힘들고 지칠 때는 숨 한번 쉬고 다시 걸어가 보자. 복잡하고 힘들어도 살아있다는 건 언제나 아름다운 방향이라고.
아티스트이자 아름다운 청년이었던 '샤이니'의 김종현 군의 명복과 안녕을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정말 수고했어요.
한숨 - 노래 : 이하이, 작사&작곡 : 종현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권혁필 기자 kangefeel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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