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무는 것도 음악이다
음악은 관능적인 언어다. 바람도 물소리도 음악이다. 우리 몸에도 섬세한 선율이 흐른다. 한해가 저무는 것도 음악이다. 음악은 어떤 지혜나 철학보다 높은 계시다. 기악과 성악을 버물려서 오페라의 꽃을 피운 때가 ‘바르크’시대다. 당대의 거장들은 바흐와 헨델이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로 신사였다면 헨델은 억척스러웠던 음악의 어머니였다.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는 ‘거지오페라’는 헨델이 썼다. 이 오페라는 현대뮤지컬의 원형이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극장은 연일 만원사례였고 공연했던 가수들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대박을 터뜨리게 된 것은 당시 사회상을 빗댄 풍자성 때문이었다. 치사한 파파라치와 간수의 딸이 노상강도나 하는 건달과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한 남자를 놓고 머리채를 당기며 싸운다. 이런 설정 자체가 부패정치인과 상류층 귀부인들의 캐릭터였기에 통쾌했을 법하다.
하이든이 그 뒤를 잇는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음악사상 가장 훌륭한 인품을 지녔던 사람이다. 소나타 형식을 고전적으로 완성시켜 교향곡을 만들었다. 따라서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다.
대체로 천재들은 괴팍하다. 모차르트는 음악자체가 기적이었지만 그의 죽음도 불가사의하다. 행려병사자들이 묻히는 공동구덩이에 던져졌다. 아무도 그의 무덤을 모르는 이유다. 그의 애칭인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는 결국 지상에서도 매몰차게 쫓겨난 셈이다. 자신의 천재성에 심취했던 모차르트도 유일하게 인정한 스승이 ‘파파 하이든’이었다.
베토벤은 귀머거리였고 슈베르트는 평생을 가난한 방랑자로 살다 요절했다. 슈만도 정신병으로 자살했지만 하이든의 일생은 행복했다.
아름다운 연주일화도 전한다. 궁정의 교향악단 단장이 해고할 움직임이 보였다. 하이든은 교향곡이 연주되는 동안 연주자들이 한사람씩 자리를 뜨게 했다. 마지막에 제1바이올린 연주자만 남게 되고 독주가 끝나자 촛불을 끄고 그 또한 떠난다. 무대는 텅 비게 되었다.
단장도 가슴이 뭉클하여 작심했던 해고를 접었다고 한다. 그의 45번 작품 ‘이별교향곡’이 만들어진 사연이다. 시인이 시로 말하듯 작곡가는 음악으로 말하면서도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 백미다.
그 뒤를 잇는 베토벤은 음악인으로서 치명적 하자인 귀머거리를 딛고 재기했기에 ‘음악의 성자’로 불린다. 마음의 귀로 듣고 작곡하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창조했다. 누구도 도달할 수 없었던 철학적 경지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는 교향곡을 완성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뒤를 잇는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슈베르트와 슈만 그리고 쇼팽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애절하며 가장 진한 눈물로 이 땅에 남았지만 슈만의 음악은 애인 클라라를 향한 감미로운 세레나데의 연속이었다.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음악가인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추앙받는다. 쇼팽의 음악은 슈베르트보다 맑고 영롱하며 고요하다. 고통과 슬픔이 새벽이슬로 승화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장엄한 우주리듬을 체험하며 세모를 보내는 것도 달콤한 낭만이다. 이처럼 천재들의 음악도 하늘의 음악이다. 음악은 천사의 스케치고 ‘영혼의 데생’인 이유이다. 정유년을 물들이는 황혼도 하늘의 음악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무술년의 일출도 하늘의 음악이다.
한문화의 요체도 하늘의 이(理)를 따르는 순리문화와 어께춤이 절로 나오는 흥(興)과 가무이다. 세계인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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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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