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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비빔밥 문화

 백남준씨는 시인이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작곡가이다.

 그는 독일에서 정신적인 스승인 존 케이지를 만나면서 고급화와 규격화된 기존예술에 반기를 들고 ‘TV첼로’등 공격적인 음악행위를 수차례 공연함으로써 비디오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예술영역을 개척했다.

 대체적으로 그의 작품은 새로운 시도, 글로벌주의, 기존가치의 파괴 등으로 평가되면서 젊고 참신한 작품성으로 유명해졌다. 생전에 이런 작품성향과 동기를 묻는 기자 질문에 그는 한국의 ‘비빔밥’문화를 들었다.   이것저것 서로 다른 음식재료를 합하지만 독특하고 훌륭한 맛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한국적 ‘콘텐츠’를 자기예술의 뿌리라 했다.

 결국 그는 세계 속의 한국인이었고 우리 고유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예술의 각 장르를 비빔밥처럼 재창조해 세계적인 예술인이 되었다.

 몇 해 전 한국 가수 ‘비’의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입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취재기자들도 “Oh it's Rain”을 연호할 정도였고 예매표가 모두 매진되는 실적으로도 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기자 질문에서 비도 ‘아시아의 무예와 미국의 힙합댄스를 결합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매니저인 박진영씨도 비빔밥 문화를 거론했다. 한국적 가무(歌舞)로 개성 있는 가창력과 온몸에서 분출되는 독창적인 춤이 한국특유의 신바람과 어우러져 미국 땅을 흠뻑 적시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지구촌에는 철조망이 없어졌다. 석학 모델스키(Modelski)의 탁월한 학설이 생각난다. 그는 세계패권국의 변천을 16세기 포르투칼에서 영국으로, 금세기 미국으로 권력이동을 했다고 본다. 또한 세계패권국들은 모두가 당대의 ‘문화선진국’이었다. 포르투칼과 영국은 새로운 해양문화를 개척하여 황금기를 맞았다. 무적함대로 식민지개척과 황금의 땅을 찾아 나선 탁월한 국가경영으로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다.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물려받았으며 지식산업의 총본산이 되어 금세기 가장 찬란한 첨단문화를 창출했다.

 그러나 그 문화를 건강하게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영원한 패권국’은 없다. 그러므로 보다 중요한 사실은 패권국으로 가는 길도 지키는 일도 참으로 험난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100년 동안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는 일본뿐이다. 일본은 ‘일본정신’이란 잣대로 서구문화를 흡수해 독특한 민족정체성을 확립했다.

 오늘의 ‘일본정신’을 가꾼 두 사상가는 실용주의적 심학(心學)을 완성한 유학자 ‘이시다 바이강’과 일본 불교의 대표적 선승으로 사민일용론(四民日用論)을 주창한 ‘스즈끼 세이상’이다.

 그러나 심학은 이퇴계 선생의 경(敬)사상으로 우주질서인 본심과 인간의 본성인 정직을 교육하여 일본인의 민족성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사농공상, 생업자체가 부처되는 길이라고 역설한 스즈끼의 ‘사민일용론’은 원효의 십문화쟁(十門和諍)사상을 어설프게 베낀 것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정체성은 본래 우리 것이었지만 자기 것으로 소화해 세계적인 상품화에 성공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왜정치하에서 일본에 의해 민족정체성을 철저히 유린당했고 해방 후 반세기동안 무분별한 서양문명의 범람으로 우리 것을 비하했고 버렸다. 그러나 민족원형은 인위적으로 버려지는 게 아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민족DNA는 우리 무의식 속에 살아있다.

 백남준씨의 세계를 휩쓴 비빔밥문화론이나 패권국인 미국 땅을 적시는 ‘비’의 한류열풍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을 통해 21세기에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자명해진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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