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이하배 박사의 『갑질시대 소통인문학』 '따로 함께'의 시대에 '더 사람', '더 함께'를 말하다 (42)

만나자는 걸까, 피하자는 걸까?

 

이하배 (베를린 자유대, 철학박사)

 

 

 

 

 

 

남들을 내다보는 과도한 시선 - 없는 속도 있는 겉 처럼

‘자신을 올려 보이는’ 과시와 ‘남을 내려 보는’ 무시는 ‘자신을 내려 보이고 남을 올려 보는’ 예(禮)의 대척에 있다. 집단정체성과 인간관계가 강조되는 우리사회에서 남이 자신을 보거나 자신이 남을 보는 시선은 강하다 했다. 여기에 권력이나 경쟁의 논리가 더해지면서 남이 자기를 크게 보게 하는 일과 자기가 남을 작게 보는 일이 보다 잘 설명될 것이다.

과시, 무시, 예에서 ‘속과 다를 수 있는 겉’은 더하고 빼면서 작은 것을 부풀리고 큰 것을 줄이거나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혹은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속’을 ‘겉’으로 표현하는 과정과 절차인 예 논리에서, 이 ‘겉’은 ‘어떤 것을 실을 수 있거나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없는 것을 있는 것 혹은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여기에서, 있는 겉의 보임으로 ‘있는 겉’이 ‘없는 속’에까지 ‘연장’되면서 ‘없는 속’도 ‘있는 겉’처럼, 겉과 ‘다른 속’도 겉과 ‘같은 것’처럼 보인다. 굉장한 능력이다. 마치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 같다. 이때 속보다 ‘잘 보인’ 겉을 보고 ‘속까지’ 잘된 것이라고 보는 착시가 ‘겉 전략’의 일차 목표라 했다.

능동의 겉은 속을 보이지만, 수동의 속은 겉을 거치면서 겉에 의해 변화를 겪는다. 여러 모로, 속은 속는 민과 닮고 겉은 ‘말’로 ‘겉치레’로 ‘잘 보일’ 수 있는, ‘겉-짓’하는 위정자와 닮은 것 같다.

보임이든 감춤이든, 더하기든 빼기든, 과시나 무시, 겉치레, 예는 각각의 방식으로 하나의 ‘속’을 하나의 ‘겉’으로 혹은 하나의 겉을 하나의 속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라는 데에서 서로 연결된다. 보이고 감추며 더하고 빼는 일 자체라기보다, 어떻게 하고 무엇을 위해 하느냐가 이들을 서로 가른다.

‘자신을 작게 하고 남을 크게 하는’ 태도인 예는 미덕으로 인식되지만, 예와 대척점을 이루는 과시나 무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예 이론이 아닌 예 현실에서는 예 속으로 과시와 무시의 논리가 일정한 방식으로 끼어들 수도 있으며, 반대로 과시와 무시 속으로 예 논리가 끼어들 수도 있다.

예의 요소가 섞여 있는 과시와 무시의 ‘예문화’ 질서는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구별 짓기’를 통하여 이들을 수직화하고 ‘위아래’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하나의 지배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거나 하나의 지배관계를 벗어나려 함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지배관계를 벗어나려 함은, 지배관계 자체를 해체하고 벗어나려 함이라기보다, 자신이 위가 되어 자신이 아래 되던 지배관계를 벗어남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배관계를 벗어나기’는 곧 ‘지배관계로 들어가기’ 내지 ‘지배관계를 추구하기’인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지배관계 속에서는 ‘위아래’만 있을 수 있고 ‘위아래’만 있으려 하고 ‘위아래’만 있어야 하는 ‘소외된 예문화 질서’가 말해질 수 있다.

남들을 혹은 남들이 많이 내다보는 시선이 없다면, 과시도 무시도 어렵다 했다. 한국의 과시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처럼 물질크기로 호령하며 ‘위사람’이 되려다가, 무시당할 때도 많이 있다고 한다. 부당한 무시에 대항하는 과시나 부당한 과시를 무시하기는 정당할 수도 있다.

과시든, 무시든, 예든, 만남과 소통에 끼어드는 ‘겉’의 존재 논리는 매우 번잡(煩雜)하다. ‘머리에서(頁) 불나는(火)’ 때가 번(煩)이요, ‘하나의 옷(衣)에 여러 가지 색깔들이 섞여있을(集)’ 때가 잡(雜)이다. 겉과 속이 따로이니, 보이는 자와 보는 자 또한 따로이다. 그 속에서 소통크기가 커지기 어렵게 된다.

남을 내다-보는 데에 치중하다보니, 나는 나도 남도 모르게 되고, 내가 나의 길을 가는지 남의 길을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니 이는 서로 상대의 길을 가주는 품앗이도 아니고 서로 배려함도 아니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