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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배 박사의 『갑질시대 소통인문학』 마흔세번째'따로 함께'의 시대에 '더 사람', '더 함께'를 말하다

만나자는 걸까, 피하자는 걸까?

 

이하배 (베를린 자유대, 철학박사)

 

 

 

 

 

 

 

 

얼렁뚱땅의 미학 - 슬그머니 그러나 재빨리

철학 물음은 이 땅의 ‘얼렁뚱땅’ 문화를 비켜가지 않는다. 우리들의 삶 크기를 크게 좌우하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얼렁뚱땅’은 하나의 사회적 행동주체가, 하나의 행동주체를 만나고 소통하는 하나의 태도요 방식이다. 따라서 만남문화, 소통문화, 예문화의 한 전형적인 주제로 우리는 얼렁뚱땅의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얼렁뚱땅은 보일 듯 말 듯 조금씩 표시 나지 않게 움직이다가, 상대가 생각하고 따져볼 겨를도 안 주고 재빨리 움직이면서 남을 속여 넘기는 모습이다. 그것은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느린 것과 빠른 것, 이쪽과 저쪽의 혼재 속에 상대가 커다란 변화와 불이익이 자신에게 발생하는 것을 속여 넘어가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이는 자신은 이미 숙고했으면서 상대에게는 생각할 틈을 안 주며, 문제가 보일 것 같으면 천천히 하면서, 전과 후가 같음의 연속으로 착각하게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움직이다가, 상대가 뭣 모르고 신뢰하면 재빨리 지나쳐서,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보이고, 거짓의 위기를 모면하는 속임수라 할 것이다.

이는 정보나 경험, 새로운 상황 등에 근거한 힘의 차이를 이용하여 논리와 사리를 몰래 뛰어넘기는 일이며 ‘눈 가리고 아웅’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모습이라 할 것이다.

얼렁뚱땅은 ‘시간을 끌지 아니하고 바로’의 뜻이 있는 ‘얼른’과 ‘여러 가지 악기나 단단한 물건 따위를 세게 쳐서 울리는 소리’의 뜻이 있는 ‘뚱땅’이 합쳐져서 생긴 말이 아닌가 한다.

철학의 주제로서는 생소한,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는 익숙한 ‘얼렁뚱땅’의 사전적 의미는 ‘슬쩍 엉너리를 부리어 얼김에 남을 속여 넘기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엉너리’는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을, ‘얼김’은 별로 생각할 사이 없이 ‘얼떨결에’를 뜻한다. 그리고 ‘어벌쩡’은 ‘제 말이나 행동을 믿게 하려고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슬쩍 어물거려 넘기는 모양’을 지칭한다. ‘슬쩍’에는 ‘심하지 않고 약하게’, ‘표 안 나게’, ‘눈에 안 띄게’, ‘재빠르게’ 등의 특징이 들어 있다.

이는 남이 모르게 천천히 하면서도, 속고 있음이 확인되면 재빨리 나의 관심이나 이익을 관철하는 방식이다. 그리하여 얼렁뚱땅은 만남과 소통의 상대가 별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서두르며, 경우에 따라선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리면서, 자신의 속임수를 들키지 않게 슬쩍 넌지시 넘기는 모양이라 할 것이다.

일상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우리사회에 이런 술수가 만연함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얼렁뚱땅은 작은 소통크기의 하나이며, 동시에 그것의 원인이기도 결과이기도 하다 할 것이다. 몇몇 전형적인 예들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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