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이은심
그는 갔습니다
이 땅에 돌아온 그의 얼굴에서
어른거리던 신불의 광채도 잠시.
아아! 그가 갔습니다
티없이 환히 밝아오던 환국의 아침하늘.
천손의 꿈을 이어받던 대조선의 국통맥!
대한제국 식민지 찢기고 찢긴 한반도를
내려다보던 걱정스러운 눈길 하나, 그는
살아서 고된 걸음. 이방의 아린 바람이
박달나무를 심는 데 바쳐진 꿈이 되었다면,
죽어서야 되찾은 고향산천.
박달나무숲을 지키는 신장이 되었습니다
한치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 이상주의. 홍익정신과 배리된 세계사를
잘게 잘게 씹어 삼켜 한민족의 자존의 실마리를
하얀 염소처럼 꾸역꾸역 토해냅니다
그는 옵니다
한덩어리 빛기둥 박달나무 숲 너머
외롭게 타오르던 떨기나무 한 그루.
아아 그가 다시 옵니다
찢겨진 태극기를 태우던 촛불이
북악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흘러내린 촛농덩이 위에 꽂은 깃발이
쓰러지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하여
외풍에 짓밟힌 소농 쓸려간 사람들
외래어로 초토화된 문장들 언론기레기들
사방팔방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시달리며
등뼈를 꼿꼿이 세우지 못하던 대권들
뿌리를 찾아야 산다고, 무지의 들녘에서 역사이성을 외치던 님이시여! 역사권력이다!
고구려 무덤에서 달려와 퍼붓는 님의 목소리에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던 한이와 한네들입니다
이제 님은 갔으나, 님은 다시 오십니다
사시사철 빛의 씨앗을 뿌리던 부지런한 손.
머얼리 소식 듣고 돌아온 매가 천손의 머리위를
맴돌더니 영겁처럼 단단한 손톱 끝을 쪼읍니다
약속대로 한민족은 잃어버린 영토를 찾고
지혜와 영광을 찾아 머리에 꽃관을 쓸 것입니다
한이가 화랑이 되고, 한네가 원화가 되어
통일신라의 하늘을 기리듯 그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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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홍범 박사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시를 낭독하는 이은심 시인의 모습 |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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