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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아리랑

가수 송대관이 독립유공자의 손자임이 밝혀져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전라도 정읍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으며 군산형무소에서 투옥돼 옥고를 치루다 사망했고 모든 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한다.
  
다른 유공자 자손들처럼 송씨도 가난하게 살았다. 무작정 상경하여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해 뜰 날’로 가수왕이 됐을 때 그토록 먹고 싶었던 달걀을 못 먹고 자랐다는 얘기에 눈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

독립유공자 자손들은 이처럼 가난하게 살고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며 사는 우리현실이 안타깝다. 과거정부가 친일파 재산을 환수하는 특별법을 실시한다는 일은 만시지감은 있지만 잘한 일로 보인다.

아리랑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나운규다. 일본경찰의 악랄한 고문으로 실성한 주인공이 왜놈앞잡이를 낫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이 압권이고 감동적이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눈물 젖은 얼굴로 박수치고 만세를 불렀다. 당시 광복군들이 부른 ‘독립군 아리랑’도 있었다.

우리부모님 날 찾으시거든/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오/(중략)/아리랑 고개서 북소리 둥 나더니/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 날리네.// 나라가 결단 났으니 누구인들 온전하랴. 전쟁터에 끌려가고, 징용가고, 위안부로 잡혀가고, 고향 등지고 북간도로 떠난 사람들은 ‘아리랑’이 노래가 아니라 영혼으로 빚어내는 세레나데였다. 그들의 아리랑은 끝나지 않았다.
 
연해주 동포들이 척박한 땅에서 잡초처럼 질기게 연명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리랑’을 연상하게 된다. 그들의 삶이 곧 아리랑이요 올곧은 생각이 바로 아리랑이다. 이민 4세들이 추는 부채춤에도 아리랑 정신이 서려있으며 그들의 ‘아이덴티티(正體性)’가 녹아있다.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낯선 땅에 버려진 조선인을 찾는 TV프로그램에서도 아리랑은 ‘혼불’처럼 남아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우리들이 잃어버린 민족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으로 부르는 애국가가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우리들의 ‘만다라’다. 한국인의 마음과 얼굴과 몸짓이 남김없이 조명되는 거울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소리 속의 소리요, 노래 중의 노래다.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풀어주는 여의주(如意珠)와 같은 주술인지 모른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일상의 갈등도, 역사적 과업도, 푸념과 넋두리도 아리랑에 걸어서 풀었다. 아리랑으로 매듭을 짓고 아리랑으로 엮어가는 게 우리선조들의 생활이었다.

말하자면 우리 땅 어디에도 스며드는 지하수와 같은 물줄기가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우리 생활 자체였고 우리 사회는 아리랑문화의 그물로 엮어온 거대한 피륙이었다. 아리랑은 이 땅의 산과 물이 낳은 노래이다.
 
벼랑이듯 절로 솟고 강물이듯 굽이치는 노래다. 평창과 정선을 가로지르는 성마령에서, 아우라지의 나락에서, 섬진강의 물레방아에서 세마치 늘어진 아리랑가락은 찔레꽃을 피우고 황토 빛 바람을 설레게 했다.

이규태는 아리랑을 떠나는 자와 보내고 싶지 않는 자가 빚어내는 이탈애수(離脫哀愁)라 했다. 아리랑 고개는 두 사람을 단절시키는 이별 공간이고 그 노래 속에는 이탈애수가 고단위로 농축되어 있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대립정서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나는’ 저항애수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인은 ‘저항애수’의 도사들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리랑의 한(恨)이 승화하면 폭발적인 에너지로 솟아난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도 경탄할 만큼 우리는 최빈국에서 세계10대 무역국으로 발전한 저력을 과시했다. 경이적인 그 저력이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고 ‘한류’를 만들었다.

아리랑에 담긴 한은 한민족의 르네상스를 이끌 민족원형질이다. 아리랑은 오천년 비바람 속에서 피어난 무궁화다. 나라가 기울었을 때 가장 믿을 수 있고 뚝심 좋은 우리들의 혈맥이었다. 라인강의 로렐라이축제, 스위스의 요들송축제 등 세계적인 축제가 있다. 우리도 이제 ‘아리랑 축제’를 국제적인 이미지상품으로 개발할 때가 된 것 같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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