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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박사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 - 覆水難收(복수난수)

 오늘부터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석 박사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이박사는 연구 저작활동은 물론 다년간 방송활동을 통해 한문을 익히고 또한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번 연재를 통해 독자들은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하나는 한자 공부를 통해 ‘재미’를 얻게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재미’를 통해 더욱 많은 한자를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재석 박사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 연재를 통해 ‘어려운 한자’가 아닌 ‘재미나고 유익한 한자’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覆水難收(복수난수)

오늘의 한자 ‘覆水難收(복수난수)’에서, ‘覆(복)’은 ‘엎어지다’, ‘뒤집히다’는 뜻이다. ‘넘어질 전(顚)’자와 결합된 ‘顚覆(전복)’은 ‘뒤집혀서 엎어지다’는 뜻이고, ‘뒤칠 번(飜)’자와 결합된 ‘飜覆(번복)’은 ‘이리저리 뒤쳐서 고치다’, ‘뒤집다’는 뜻이다.

‘水(수)’는 ‘물’을 말한다. ‘水滴石穿(수적석천)’이란 말이 있는데, ‘물방울 떨어질 적(滴)’자, ‘돌 석(石)’자, ‘뚫을 천(穿)’자로 구성된 이 말은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면 돌이 뚫린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꾸준하게 오랫동안 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비유하는데 쓴다.

‘難(난)’은 ‘어렵다’는 뜻이다. ‘관문 관(關)’자와 결합된 ‘難關(난관)’은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을 말하며 ‘어려운 고비’를 비유하여 쓰인다. ‘풀 해(解)’자와 결합된 ‘難解(난해)’는 ‘풀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收(수)’는 ‘거두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담다’로 번역한다. ‘가을 추(秋)’자와 결합된 ‘秋收(추수)’는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뜻하여 ‘가을걷이’를 말하고, ‘돈’을 의미하는 ‘쇠 금(金)’자와 결합된 ‘收金(수금)’은 ‘받을 돈을 거두어들이다’는 뜻이다.

그래서 ‘복수난수’는 ‘엎질러진 물은 되 담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 성어는 『습유기(拾遺記)』란 책에 나온다. 『습유기』는 중국의 전설을 모은 지괴서이며, 작자는 동진(東晋) 때의 왕가(王嘉)이다. 이 책은 신선(神仙)과 방술(方術)을 선전하는 내용을 10권으로 엮은 책이며, 『왕자년습유기(王子年拾遺記)』라고도 한다.

왕가(王嘉)는 자가 자년(子年)으로 동진과 십육국 시대 전진(前秦: 350-394) 때에 활동하였으며 농서(隴西) 안양(安陽; 지금의 감숙성 위원) 사람이다.
강태공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낚시꾼을 떠올릴 것이다. 이야기의 소재는 바로 그 강태공이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천년을 훌쩍 넘긴 주(周) 나라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나라를 세운 사람이 무왕(武王) 희발(姬發)이라고 하나 실제로 주 나라의 건립 기반을 마련한 사람은 무왕의 아버지 문왕(文王) 희창(姬昌)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연의』에서, 삼국시대의 위(魏)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무제(武帝) 조조(曹操; 155-220)와 문제(文帝) 조비(曹丕; 187-226)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공식적으로 위 나라를 세운 사람은 아들 조비이지만 실제로 기반을 닦아 놓은 것은 아버지인 위왕 조조였던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보통 말하는 『삼국지』는 실제로 『삼국지연의』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삼국지(三國志)』는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陳壽; 233~297)가 편찬한 정통 역사서 즉 정사(正史)이고, 『삼국지연의』가 바로 명대 초기의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중국역사에서 삼대(三代)라고 하면 상고시대의 하(夏)나라, 상(商)나라, 주(周)나라를 가리킨다. 상나라는 후에 도읍이 은허(殷墟)로 옮겨지면서 은(殷)나라로 불리게 된다. 그 상나라 말기에 지혜가 풍부하고 계략이 많은 한 인물이 있었다. 이 사람의 성은 강(姜), 이름은 상(尙)이며, 자는 자아(子牙)라고 한다. 주 민족의 지도자 희창에게 중용되기 위하여 그는 항상 위수(渭水)가에서 미끼 없는 곧은 낚시를 강물에 드리우고 남보란 듯이 낚시를 하였다. 성이 희(姬)요, 이름이 창(昌)인 희창은 당시 서방 제후의 패자란 의미로 서백(西伯)으로 불렸다.

강태공이 만날 온종일 낚시만을 하러 가기 때문에 집안의 생계는 늘 말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 마(馬)씨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너무 싫었고 미래도 불확실하자 강태공과 함께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그의 곁을 떠나려고 하였다. 강태공은 아내에게 떠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만류하면서 지금은 가난하게 살지만 때가 되면 부귀해질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그러나 마씨는 그가 빈말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여기고 아무 말도 믿지 않았다. 강태공은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할 수 없이 그녀가 떠나가도록 했다.

훗날 강태공은 마침내 서백의 신임과 중용을 얻게 되었다. 그 과정을 잠깐 이야기하자.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겠다. 하루는 서백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 점을 쳤다. 점괘는 이러하였다.

“얻는 것은 용도 아니고, 이무기도 아니고, 범도 아니고, 곰도 아니다. 얻는 것은 바로 패왕(覇王)을 이루게 해 줄 보필자이다.”
서백이 사냥을 나갔다가 과연 위수의 남쪽에서 강태공을 만났다. 강태공과 얘기를 나누어 본 서백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 태공께서 ‘성인이 주(周)에 가면 주가 흥성하리라’라고 하셨는데, 선생이 바로 그 분이시군요! 우리 아버지 태공께서 선생을 기다리신지 오래되셨습니다.”
그리고는 수레를 함께 타고 돌아와 강태공을 스승으로 삼았다. 태공이 바라던 인물이라는 뜻에서 그를 태공망(太公望)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후에 그는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 즉 상나라의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그 공으로 제(齊)나라에 제후로 봉해져 그곳의 시조가 되었다.
마씨는 그가 부귀를 누리고 또한 지위가 높아진 것을 보고 당초에 그를 떠난 것을 후회하였다. 이윽고 마씨는 강태공을 찾아와 옛날처럼 부부로 살자고 간청했다.
강태공은 이미 마씨의 사람됨을 꿰뚫어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부부의 연을 잇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물 한 병을 땅에 쏟으면서 마씨에게 주워 담아보라고 하였다.
마씨는 재빨리 엎드려서 물을 주워 담았으나 약간의 진흙물만을 담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태공이 냉랭하게 마씨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이미 나를 떠났기 때문에 다시는 함께 합칠 수가 없소. 이는 땅에 떨어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소.”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고금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가 있다. 한나라 무제(武帝: 기원전141-기원전87) 때 승상을 지낸 주매신(朱買臣)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강태공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하면, 그는 동해 사람이다. 동해는 당시 동이족이 살던 곳이다. 순 임금과 우 임금 시절에 그의 조상이 공을 세워 여(呂)라는 곳에 봉해져 여상(呂尙)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70세까지 평범하게 살다가 70세부터 80세까지 10년 동안 서백을 기다리기 위하여 위수가에서 낚시를 드리웠다고 한다.

그래서 강태공과 관련해서 ‘궁팔십(窮八十), 달팔십(達八十)’이라는 말도 있다. ‘궁할 궁(窮)’자를 쓰는 궁팔십은 강태공이 서백을 만나기 이전 80년 동안의 궁핍한 생활을 이름이요, ‘달할 달(達)’자를 쓰는 달팔십은 강태공이 왕조 개창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80년 동안 풍족한 삶을 산 것을 말한다.

우리 속담의 ‘쏘아 놓은 화살이요 엎지른 물이다’ 혹은 ‘깨진 거울은 다시 비춰지지 않는다’를 떠오르게 하는 이 성어는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일반적으로 한 번 헤어진 부부나 친구는 다시 결합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와 같은 의미의 성어로는 ‘어려운 난(難)’자 대신 ‘아닐 불(不)’자를 쓰는 ‘복수불수(覆水不收)’가 있고, ‘돌아올 반(返)’자, ‘동이 분(盆)’자를 써서 ‘엎질러진 물은 물동이에 되 담을 수 없다’는 뜻을 가진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 ‘잔 배(杯)’자를 써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覆杯之水(복배지수)’ 등이 있다.

또한 유사한 성어로는 ‘이미 쏜 화살’이라는 ‘이발지시(已發之矢)’, ‘시루가 이미 깨졌다’는 뜻의 ‘甑已破矣(증이파의)’, ‘한번 떨어진 꽃은 나뭇가지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낙화불반지(落花不返枝)’ 또는 ‘낙화난상지(落花難上枝)’,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한다’는 ‘파경부조(破鏡不照)’, ‘깨진 거울 조각을 들고 하는 탄식’이라는 뜻의 ‘파경지탄(破鏡之歎)’ 등이 있다.

【단어】
覆(복): 엎어지다. /襾(덮을아)부, 총18획, fù/
水(수): 물. /水(물수)부, 총4획, shuǐ/
難(난): 어렵다. /隹(새추)부, 총19획, nán/
收(수): 거두다. /攴(등글월문)부, 총6획, shōu/

【출전】
동진(東晋) 때 왕가(王嘉)의 『습유기(拾遺記)』

 

-이재석 박사 약력-

⦁건국대 중문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수료(문학박사)
⦁중국 北京大學, 山東大學에서 연구활동
⦁주요논문 : 〈《孟子》에 나타난 通假字 연구〉, 〈《四書章句集注》 音注의 訓詁〉, 〈《論語集解》 訓詁 중의 聲訓〉 외
⦁주요 번역서 : 《중국문화개론》,《가결》, 《중국 역대황제》, 《중국소학사》, 《갑골학통론》 외
⦁주요 논저: 《인류원한의 뿌리 丹朱》, 《광무제와 이십팔장》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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