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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배 박사의 『갑질시대 소통인문학』 오십여덟번째'따로 함께'의 시대에 '더 사람', '더 함께'를 말하다

불통이 자연스런 시대

이하배 (베를린 자유대, 철학박사)

 

 

 

 

 

 

 

대신 생각해주는 전달교육 - 졸업 후에도

교과서, 선생님, 엄마아빠 혹은 TV가 늘 대신 생각해주고 판단해주니, 하나의 상황이나 문제를 나 홀로 대하고 묻고 판단하고 주장하기가 어렵다. 대학에 입학해도, 대학의 성적관리는 엄마 매니저의 기본자질이 된 지 오래란다.

그러니 50세가 되어도 부모님에겐 여전히 독립적인 사고와 언행이 어려운 미-성년이다.

그리고 판단과 행동에서 어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눈치 보기는 남이 어떤 생각이고 바람인지 남모르게 알아내어 이에 부합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자신에 책임이 있는, 자신의 지성을 스스로 사용할 줄 모르는 미성숙의 상태를 벗어나기가 ‘계몽’(啓蒙, Aufkläurung)이라는 한 정의가 생각난다. 칸트(Kant, 1724~1804)의 유명한 정의다.

‘다른’ 교육시스템의 예를 하나 들어 본다면, 독일은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이지만, 학원이 없고, 재수 삼수가 없고, 인류 대나 삼류 대가 없고, 학벌도 없으며 반값등록금도 없다. 그리고 엄마 매니저도 없다.

반값등록금이 없다는 말은 나머지 반값도 면제라서 모두가 일종의 국가 장학생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아빠의 자금줄도 필요치 않다.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도 학생들도 혹은 교육당국도 큰 부담이 없다. 일류, 삼류가 없고 재수, 삼수가 없다는 말은 (함께) 살기에 대학, 점수 등의 서열화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특권이 대학이나 점수에 몰리지 않음을 넘어 특권 자체가 별로 없는 사회라 할 것이다. 이런 다름은 교육복지 혹은 교육문화에서만 특별히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자신과 다른 상대를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하면서, 어떤 문제나 주제에 대하여 생각을 열고 나누고 키우는 토론식 교육이 기본이다. 하나의 문제제기와 주장에서 사실과 논리의 결함만이 반박이나 비판의 근거가 된다.

말이 막히면, ‘너 몇 살이니?’ 혹은 ‘너는 선후배도 없니?’ 하며 묻지 않는다. 혹은 등록금 때문에 ‘알바’하느라고 공부를 못 하는 일도 없다.

잘 살아서 이럴까, 이래서 잘 살까? 이런 교육환경, 교육문화, 아니, 세상크기는 우리의 소통크기와 인성크기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제도와 관습 속에서 통일된 남들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스스로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전제에서, 생각크기와 함께 소통크기는 자라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작은 소통크기는 학교제도 안팎에서 반복되면서, 하나의 관습이나 전통으로 되고 대물림도 된다. 학교 안에서 연습되고 길들어진 생각방식, 소통방식은 학교 안에서 시작하여 끝나고 말 문제가 아니다. 졸업과 함께 이런 생각방식이나 소통방식도 졸업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고와 소통의 방식은 행동으로 길들여지고 하나의 습(習)으로 되어 두고두고 우리들을 따라다닌다.

아니, 이제 우리가 따라다닌다.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나 새로 꾸려지는 가정에서, 혹은 군대에서나 기타 일상의 삶에서, 자신들이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고 그 해법을 스스로 생각하며, 나아가, 함께 생각을 합리적으로 열고 나누는 일이 여-전히 생소하다. 이런 속에서 소통크기와 인성크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여야 함이 많이 부자연스럽다.

서로를 기워주고 키워주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며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열린 교실에서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 불변의 같은 지식 체계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과 만남을 추구하지 않는다.

수직 내지 무지에 근거하는 일방 속에 올바른 교육내용을 강요하는 것보다, 올바른 방법 속에 수평적으로 서로 생각을 활짝 열고 나눌 수 있는 자세가 훨씬 중요할하다 할 것이다.

수직교육은 수직소통을 조장할 뿐이다. 아니, 수직소통도 수직교육을 바라고 조장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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