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은 수의 경전이다. 문자는 숫자의 의미와 상호관계를 설명하고 숫자가 주가 되고 문자가 따라간다. 본래 수는 자연의 언어이다. 우주변화의 암호문이다. 동양고전 하도낙서도 수에 대한 서술이다.
1에서 10까지의 수가 천지만물이 생성, 소멸하는 생명의 대서사시고, 우주섭리가 압축되어 있다. 천부경의 81자를 압축하면 ‘1’이다.
천부경은 1에서 출발하여 1에서 마무리된다. 모든 것의 주체이며 핵심어다. 1은 천부경의 주어이고 마지막으로 농축되는 에센스다.
또한 1의 메타포는 절대자로 원천적인 에너지다. 모든 종교나 사상, 철학의 결론도 1이다. 불교가 만법귀일(萬法歸一)을 주장한 것처럼 하나는 모든 종교의 최상위 개념이다. 이처럼 1의 의미는 중첩적이다. 1속에는 세상다반사가 들어있고 다반사는 하나로 다시 축약된다.
우리말로 1은 곧 ‘하나님’이다. 플라톤도 ‘하나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역시 하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은 숫자의 씨앗이다. 천지창조의 시작이 1이요, 새것은 모두 1로 시작된다. 우리말의 하나에는 우리문화가 모두 들어 있다. 이른바 한민족, 한문화, 한겨레를 낳았고, 한식, 한복, 한옥을 창조했다.
모든 것을 ‘하나’로 축약하는 한문화의 에센스도 1이다. 천부경도 일시무시일에서 시작하여 일종무종일로 끝이 난다. 우리문화가 천지인이 하나 되는 것임을 상기하면 천부경의 1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천부경에서 ‘2’는 음양(二)을 의미한다. 음양의 교합을 통해 중(三)을 낳고 천지만물이 생성, 소멸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천부경의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이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다.
양은 음의 변형물이고 중은 음양의 결합물로 볼 수 있다. 태초의 세상도 전자이고 음이다. 음은 여성이며 잉태와 생명의 모태가 된다.
또한 천부경의 숫자 ‘3’은 중요한 핵심수다. 3은 숫자의 씨앗인 1에서 분화한 숫자이다. 태고의 숫자인 1은 음양(陰陽)으로 나누어지고 음양은 다시 화합하여 중(中)을 낳게 된다. 이른바 3극체제가 된다.
천지는 음양이고 그 기를 타고난 인간이 중(中)이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음양중의 변화로 삼라만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따라서 3은 안정된 숫자이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 상태를 상징하는 수다. 태초의 1에서 분화된 3극(極)은 천부경에서는 일석삼극이란 과정을 통해 천지인(天地人)으로 대체된다.
우리 주위에는 분화된 3극체제의 사례들이 많다. 씨앗이 땅을 솟아오르는 모습. 태양 속의 삼족오, 솟대에 앉아있는 새도 3마리다.
3극은 존재의 필수요소이고 우주만물 생성의 기본인자이다. 그러므로 3은 신의 섭리를 내포하고 있다. 천부경도 음양의 조화를 통해 중이 생기는 3극체제의 분화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물리학에서 음은 전자이며 양은 양성자이고 중은 중성자이며 음양이 합하여 물질의 기본요소인 ‘원자’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천(天)의 양과 지(地)의 음이 상호조화로 생겨난 인간은 중으로 우주만물의 존재인 3요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3’은 1의 존재방식이다.
천부경에 운삼사성환오칠(運三四成環五七)이 있다. 3은 사람을 상징하고 4는 4각형으로 땅을 은유하며 성환은 하늘인 원이다. 5는 오행이고, 7은 북두칠성을 상징해 사람과 땅은 오행과 칠성으로 생멸한다.
천부경의 ‘6’은 대삼합(大三合)에서 생긴다. 천지인의 음양이 모여 대삼합이 된 6은 다시 칠팔구(六生七八九)순서로 확대재생산하게 된다.
천부경의 7, 8, 9는 6의 생성물이다. 다이아몬드의 기본구조가 6각형이며 눈과 수정체의 아름다운 결정체도 6각형인 것을 보면 6은 완성수로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신비의 숫자로 통한다.
다음은 숫자 ‘10’이다. 십(十)자는 음양이 합해진 숫자로 지극한 조화를 상징한다. 천부경에서도 일적십거(一積十鉅)로 1로 시작하여 완성수인 10은 음양의 무궁무진한 조화로 나타나는 숫자이다.
기독교의 십자가나 불교의 만(卍)자도 10의 모양으로 가득 찼다는 의미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형상이다. 사방을 꿰뚫어보는 탁월한 안목이 생기고 천문지리에 통달한 신의 경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10은 해탈이나 득도의 경지이며 우화등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10(十)은 암수교합의 모양이다. 해와 달의 상호작용, 꽃의 수정, 짐승의 교배나 부부결합을 의미한다. ‘9’가 미완성의 숫자라면 10은 여의주를 얻은 청룡에 비유된다. 천지인이 화합한 이상적인 형태다.
수의 본질은 자연의 본질과 같다. 사물이 있는 곳에 수가 있다. 수는 지식의 기본으로 모든 사물의 속성이며 무형의 내면세계이다.
천부경의 수를 형이상학적이고 퓨전적인 것으로 보는 점은 육성근의 저서 ‘천부경 세상’에서도 부분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수는 존재를 뜻한다. 모든 현상도 궁극적으로 수에서 출발해 수에 귀결된다. 우주만물의 생성과 소멸, 변화와 진화법칙을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풀어놓은 천부경이야 말로 신비로운 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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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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