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자연스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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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배 (베를린 자유대, 철학박사) |
우리에 갇힌 우리들 - 나눔이 나눔을 방해하네
그러나 많은 경우, 같은 집단이나 사회에서 한 쪽을 더 가깝게 대하고 더 높게 만들어주면, 다른 쪽들의 기회는 줄어들고 차단되기가 일쑤다. 간접적인 차단도 이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남을 해하면서 나를 이롭게 하는 ‘휴인자리’의 문제라 할 것이다.
그렇다. 같음 끌어들임은 또한 다름 배제의 계기로 되기도 하고, 대내적인 차원에서는 일정한 이익을 챙기는 계기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는 ‘다름과 같음’의 논리 속 ‘힘 크기’의 논리라고나 할까? 아니면, ‘나와 남의 나눔’ 속 ‘위와 아래의 나눔’ 논리?
‘우리가 남이가?’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정한 함께’를 읽을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에서, 나누어진 것을 자꾸 하나라고 말하고, 하나인 것을 자꾸 나누려는 경향이 보인다.
나눔과 함께는 소통, 그리하여 삶의 기초이기도 하지만, 개념과 논리의 기초이기도 하다. 왜 영남과 호남을 자꾸 ‘따로 나누려’ 할까? 이런 나눔은 영남과 호남이 서로 ‘함께 나누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다. 나눔이 나눔을 방해한다.
우리가 남이냐고 묻는 것은, 우리는 우리이고 남들은 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는 ‘같음을 끌어들이는 힘’을 주고, 후자는 ‘다름을 밀어내는 힘’을 준다. 여기에서, 끌어들임은 밀어냄을 촉진하고, 밀어냄은 다시 끌어들임을 촉진하게 된다.
또, 영남이든 호남이든, 그들은 그들 안에서도 매우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사람들인데, 이런 다름들은 하나와 같음을 강조하는 속에 자취를 감추게 된다. 영남인들이 영남인들보다 호남인들과의 동질성을 더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일 텐데...
‘단순화된 우리’ 속에, 혹은 ‘단수화된 우리’ 속에, ‘안 보는 하나’ 속에 실제 삶의 수많은 문제들이 안 보이고 사라질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라짐이 실제 문제들이 실제로 사라지는 일이라면 좋으련만, 실제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들은 의미 없는 ‘우리는 하나’를 강조하는 속에 문제로 들어오지 못하고, 이슈로 다루어지지 못한다. 문제로도 안 되는데, 어떻게 그 해법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니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를 ‘묶기’일 수밖에...
‘우리’를 강조하고 ‘우리의 함께’를 말하면서, 이런 우리가 ‘끌어들이고 밀어내는 힘’으로서 남들과 다름들을 누르고 떼어내는 계기로 된다면, 이는 대내적으로든 대외적으로든 ‘실제 함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연고주의는, 아니, 연고주의도 일종의 ‘같음과 다름’, ‘나눔과 함께’의 논리다. ‘나눔 속의 함께’를, ‘나눔을 전제하는 함께’를 말하기 때문이다.
‘함께’라는 이름으로,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되게 하여, 이를 어떤 공적인 이권을 사적으로 독식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는 인(仁)도, 의(義)도, 예(禮)도, 지(智)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근대적인 인의예지의 패러다임에 붙들리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런다고 인의예지 자체를 배격하자는 뜻도 아니다. 사람사랑, 사회정의, 서로존중, 지혜사랑은 미래로 향하고 세계로 여는 가치로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가치일 수 있다. 역시 ‘어떻게’가 문제다. 이 책에서 이 ‘어떻게’를 많이 고민하려고 한다.
넓게 볼 때, 우리의 강조는 우리가 우리(柵)가 되어, 우리가 갇히고 남들을 가두는 식이다. 그러므로 수평소통의 방법으로써 연고주의가 수평소통을 키우는 쪽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우리(柵)가 되지 않고 남들을 배려하는, 적어도 해하지 않는, 혹은 이 땅의 혹은 지구의 ‘전체 함께’를 풍부하게 만드는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할 것이다.
이는 우리와 남의 나눔이 다양한 다름들의 존재로 이어져, 남들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남들의 모자람을 메워주고 남들의 좋음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계기를 찾는 고민으로 나아간다 할 것이다. 이런 나눔은 끊는 나눔이 아니라 잇는 나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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