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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교수의 『조소앙의 단군민족주의와 삼균사상』 다섯번째 이야기단군민족주의의 영향 속에 성립, 단군민족주의의 사상적 지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2일 동국대 신공학관 대강당에서 “민족통일 과제와 단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단군학회 2018 (단기4351) 봄철 학술회의”에서 [조소앙의 단군민족주의와 삼균론]을 발표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훈 교수의 발표 논문을8회에 걸쳐 연재코자 합니다.  /편집자 주/

 

5. 삼균사상과 단군민족주의 - 평등사상의 기원

이상에서는 소앙이 단군민족주의의 흐름 속에서 살았고, 그를 보급하기 위해 애쓴 인물이라는 점을 논의하였다.  이 장에서는 그의 삼균사상 역시 단군민족주의의 영향 속에 성립하였고, 단군민족주의의 사상적 지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살피고자 한다. 
  
소앙의 삼균주의가 ‘단군민족주의’와 관련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의 하나는, 그가 삼균주의의 역사적 근거를 단군시대의 국가조직원리 또는 고유의 정치이념이었다고 간주되는 균평흥방론과 홍익인간 이념에 두고 있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소앙은 자신의 삼균주의의 역사적ㆍ사상적 연원을 [신지비사]에 나오는 ‘首尾均平位 興邦保太平’이라는 문귀와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고유의 정치이념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신지비사]는 단군시대의 사관으로 전해지는 신지가 썼다는 비록이고, 홍익인간이화세계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명제였다.  단군신화와 [신지비사]는 단군민족주의가 민족사의 유산 속에서 발굴한 대표적인 텍스트였다.  소앙이 주도한 [대한민국건국강령](1941)의 「총강」에서는 건국정신-삼균주의의 역사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정신은 삼균제도의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先民이 명명한 바 首尾均平位하면 興邦保泰平하리라 (머리와 꼬리가 고르게 평등하면 나라가 흥하고 태평이 유지될 것이라) 하였다.  이는 사회 각층 각계급의 智力과 權力과 富力의 향유를 均平하게 하며 국가를 진흥하며 太平을 保維하라 함이니, 홍익인간과 이화세계하자는 우리민족이 지킬 바 최고공리임.”

여기에서 소앙이 삼균제도의 역사적 출처로 제시한 [신지비사]는 종래에는 三韓三京說과 연계된 하나의 도참서로 이해돼 오던 자료인데, 조소앙은 이를 균등이라는 정치ㆍ사회적 원리를 제시하는 자료로 해석하여 삼균주의의 역사적 근거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단군사화에 나오는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귀절도 평등을 강조한 단군의 건국이념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신지비사]의 해당 대목과 홍익인간을 함께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대종교를 ‘중광’한 나철(1863-1916)이었던 것 같다.  가령 나철이 대종교의 역사와 ‘중광’ 과정을 읊은 [중광가] 41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天嶽神記 보아라 宗人道 弘益弘濟 / 黑鷄赤鷄 云云과 普和統旁 뉘알고 / 神公秘詞 풀어라 秤錘極器 한 天下 / 白牙岡 均等位에 萬邦世世 保太平”

인용에 나오는 ‘홍익홍제’는 ([천악신기]라는 비결서를 인용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단군사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에서 취한 말일 것이다.  그리고 [신공비사]는 [신지비사]를 가리키는 말임에 틀림없다.  홍암이 남긴 [중광가] 41절의 내용은 정확하게 해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철이 홍익인간이나 [신지비사] 내용을 인류사회나 국가공동체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모종의 지침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앙은 홍익인간과 [신지비사]에 대한 정보를 대종교 측으로부터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를 균등을 강조한 사회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여 자신의 삼균주의 균등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소앙은 이 평등-균등의 지혜와 원칙이 한국의 우리 고유사상과 역사 속에서 제시되고 실천되었던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같은 해석이 천명된 [한국독립당 당의해석]의 주요 부분을 아래에 인용해본다.

“黨義의 중심사상은 평등이다. 우리 先哲은 말하였으되 ‘首尾均平位하여 興邦保泰平함이 홍익인간하고 이화세계하는 최고 公理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머리와 꼬리 (上下라고도 할 수 있다) 의 위치를 고르게 함으로써 나라를 흥왕케 하며 태평을 보전함이 널리 인간을 유익케 하며 세계를 진리로써 化하는 가장 높은 公理라 함이다. … 物이 平함을 不得하면 반드시 鳴하며 鳴하여도 平할 길이 없으면 필경 亂에 이르게 되고 首尾의 位가 平均하면 인간을 홍익할 뿐 아니라 세계까지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寡를 不患하고 不均을 患할지니, 이는 동서고금에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
 
소앙은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중요한 필수적 원칙을 평등으로 본다.  그리고 [신지비사]의 내용과 홍익인간사상의 핵심적 지향은 평등을 강조한 것이라 판단한다.   [신지비사]의 수미균평위...]론은 사회의 상하가 차별없이 평등해야만 나라의 흥성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하고 있고, 홍익인간 역시 ‘널리’(=균등하게)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명제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에 국수보전론적 사고를 덧붙이면, 한국의 고유이념과 정치전통에서 강조된 것이 평등이었고, 그같은 원칙-지침은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서도 견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나아가게 된다.  여기에서 소앙의 단군민족주의는 균등이 민족고유의 전통이자 이념이었다는 것과, 그에 기초하여 민족의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소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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