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미래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Contract Developmen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올해 6월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 전시 콘퍼런스 '2018 BIO 인터네셔널 컨벤션' 현장에서 CDMO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유럽에서 오리지널 약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을 거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메이드 인 코리아 신약'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또한번 승부수를 띄었다. CDMO는 단순한 바이오의약품 세포주(细胞株·대량 증식을 통해 원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만들어 주는 세포)와 까다로운 생산공정 위탁개발 등까지 모두 해주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 등을 배양할 때 나오는 단백질로 만든다. 이 때문에 좋은 바이오의약품을 만들려면 많은 세포를 안정적인 조건에서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상업화가 가능할 만큼 세포를 대량으로 증식시켜주는 '세포주'를 개발하고 꾸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생산해야 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유명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았다 하더라도 세포주를 만들거나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기술력과 상업화 경험을 갖춘 전문 CDMO 기업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론자가 바이오의약품 세포주 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하는 대표적인 CDMO 기업이다. 세계 1위 C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작년부터 CDMO 시장에 진출했다.
신약 개발을 하려면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든다. 바이오산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서 회장이 이 같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꺼내든 것이 CDMO 사업 진출이다. 이를 통해 서 회장이 전 세계 유망 신약 바이오벤처에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삼총사(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를 개발하면서 축적해온 개발, 생산, 글로벌 허가, 판매 및 마케팅 등 종합 역량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자사신약 개발과 관련 있는 자가면역질환(류머티즘성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유방암, 림프종,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한 신약 후보물질을 최우선 사업화 대상으로 검토한 뒤 다른 질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2019년이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바이오시밀러 3총사가 모두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가 유럽 의약품청(EMA)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허쥬마와 함께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10조 원대 주식갑부가 된 서정진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해 16년 만에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일어선 서정진 회장의 성공신화를 입증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어떻게 받느냐일 것이다. 서정진 회장은 지금 10조 원대 주식 갑부다. 서 회장이 전 세계에서 히트시킨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이 셀트리온의 3종 캐시카우 제품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제품을 생산·개발하는 셀트리온, 셀트리온의 판매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 합성의약품 생산 전문기업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 코스닥 3형제로 불린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2017년 정말 눈부신 상승기류를 보여줬는데, 셀트리온의 2017년 초에 10만 원대에서 작년 년 말 20만 원대를 돌파하고 현재 30만 원대를 향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 25조원을 넘어섰는데 셀트리온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코스피에서 작년 말 기준 25조원이었다. 네이버도 25조원 수준이다.
기업가치를 뜻하는 시총 가격 면에서도 셀트리온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작년 7월 상장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코스닥 2위 시총으로 떠오르고 있다. 셀트리온케어 역시 셀트리온의 수많은 제품을 독점으로 판매하는 자회사이기 때문에 동반상승을 할 원동력이 충분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작년 말 기준 시총은 12조 원대이며, 코스피에서 이러한 덩치의 기업은 LG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이다.
셀트리온의 주가 현황에서 보았듯이 서정진 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합산하면 작년 말 기준 10조원이 넘게 된다. 10조원의 주식가치를 보유한 사람은 20조원의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곤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셀트리온 성공 비하인드 스토리
이렇게 밝은 미래를 안고 가는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내 생애 마지막 보름'이라는 자살 시도 일화가 있다.
“창업 후 7년간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차로 액셀을 밟고 강으로 돌진하려고 양수리에 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트럭이 돌진해 하마터면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다. 나는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한 것이지 트럭에 치여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 오늘은 일진이 안 좋네, 딱 보름만 더 살다가 죽자’하고 돌아왔다. 덤으로 얻은 보름이라고 생각하니 주위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해지더라. 만나는 사람마다 ‘고맙다, 미안하다’ 하면서 보름을 살았더니 거짓말처럼 자살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서 회장은 세계지식포럼 강연 때 토로했다.
서정진 회장의 사업철학
이렇듯 자살소동까지 벌였던 서정진 회장은 운이 좋아서 성공한 케이스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의 사업철학을 관철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이 가능했다고 본다. 램시마의 경우 개발에 매달린 지 10년만인 2012년부터 수입이 발생했다. 그 사이에 수도 없이 반복되는 임상실험, 각국의 높은 허가 규제, 투자자들과 세간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일도 해야 했다.
서정진 회장은 램시마 단일 제품의 개발비로 2000억 원을 사용했다. 셀트리온이 성공한 가장 큰 원동력은 서 회장의 뚝심 경영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서정진 회장은 벤처를 창업할 수 있는 원천기술과 아이디어를 보물지도라고 했다. 그는 "17년 동안 나와 우리 직원들은 아무도 믿지 않던 보물지도를 따라 끝까지 가봤다. 이렇게 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경쟁력인지 아는가.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신약으로 가는 보물지도'를 받아 들었는데 하나도 두렵지가 않았다. 10년이 걸리든 15년이 걸리든, 잠시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고 어느 창업 패스티벌 개막식에서 한 이야기다.
이 보물지도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기업가 정신과 인생을 걸 만한 꿈을 일컫는 의미가 된다. 이는 그가 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하는 철저한 기업가정신을 대변했다고 본다. 그는 젊은 청년들에게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계속해서 청년들에게 자기 체험담을 설명해가며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청년들이 헤쳐 나가야 할 미래는 '정답 없는 세상'이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네가 틀렸다’거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한마디씩 할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당신의 결정을 비난할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세상의 호들갑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밀어붙여서 성공하고 나면 그걸 정답이라고 부른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면서 10년 가까이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램시마 허가를 받아왔는데도 계속 의심하더라. 2015~2016년 미국과 유럽의 인정을 받고 나서야 ‘정답을 맞췄다.’며 인정해줬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나를 믿지 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절대로 숙이지 말라. 참으로 서정진 회장이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숨김없는 고백 속에 고스란히 그의 사업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말로 다음 세대에 창피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으로 오늘도 하루를 1년처럼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다.
절실함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나라 경제를 걱정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구조에 의존해 온 우리 경제모델은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며 노쇠화 되어 가고 있고 청년들 또한 일자리 문제로 지쳐가고 있다. 주변에 좋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도 신나게 일한다고 자랑하는 인물들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남의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가는데 우리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얽매여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다니며 가족들 굶기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인생 또한 존경받아 마땅한 대부분의 우리네 인생이다. 하지만 서정진 회장은 그의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아직 당신의 꿈을 포기하긴 이르다고. '절실함' 그것이 꿈을 찾고, 꿈을 이뤄가는, 개개인의,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셀트리온의 금년 매출액이 대략 1조 2천억 원, 영업이익은 7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조 주식갑부가 된 서정진 회장의 신화는 2000년 이후 한국 재계의 성공스토리 가운데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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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회장, KIC고문,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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