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혁명
미국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IBM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식품 이력 추적시스템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식품이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납품됐는지 확인하는 데 이전에는 일주일이 걸렸지만 새 시스템으로는 2.2초면 충분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네트워크 거래에 보안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힌 덕분에 모든 거래에 걸리는 시간을 거의 실시간으로 단축했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로스앨토스에 위치한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Toyota Research Institute).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미래 차와 모빌리티를 연구하기 위해 2016년 1월 설립했다. 1500명 이상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금년 초 1억 달러 벤처캐피털을 설립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21년까지 총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TRI가 가장 관심을 두는 영역이 '블록체인'이다. MIT미디어랩과 공동으로 모빌리티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마일의 운전 데이터가 필요한데 블록체인이 이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시켜준다.
도요타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기존자동차도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량 공유 거래를 관리하고 저장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도요타' 안에서 생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운전자의 자동차 보험료 산정도 지금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지만 차량 사용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하면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GPS와 블록체인이 결합되면 통행료나 주차료를 블록체인으로 파악해 후불로 정산할 수 있다. 모든 운행기록이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가 어디로 가고 머물러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카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도요타가 이처럼 블록체인을 앞장서 도입하기로 한 것은 기존 인터넷 시대에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에 쏠려 있어 '차량판매' 외에는 추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지 못한 데 비해 블록체인은 도요타가 직접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자동차 등 제조사의 역할은 '제조'에 국한됐지만 자사 제품 자체가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어 제2의 제조 르네상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능 때문이다.
분산원장이란 수많은 거래 정보를 한데 모아 데이터로 블록(장부)을 만들고 이를 사슬(체인)처럼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모든 장부들이 연결돼 있고 참여자 장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비효율적임에도 높은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 제조업, 공급망 관리 분야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에어380을 제조하는 유럽의 제조사 에어버스도 블록체인을 미래 기술로 꼽고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실험단계를 넘어 일부는 '적용' 단계로 진입할 정도이며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개발자 1만 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다.
에어버스가 블록체인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분야는 상당히 다양하다. 이미 3D프린터로 항공 부품을 제조(적층 제조)해 적용하고 있는데 이 3D프린팅 부품의 생산과 추적까지 블록체인으로 기록하면 효율성을 높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더 파격적인 것은 민감한 설계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에어버스 부품을 제조하려는 모든 국가의 3D프린터로 동시에 보내고 동일한 계약으로 인정받으면 부품 인쇄 즉시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어 '설계도'유출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또 항공사 기장(파일럿) 검증도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다. '파일럿 부족현상'은 지금 글로벌 항공사에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20년 안에 항공 교통량은 2배로 늘어나고 각국 항공사는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50만 명 이상의 조종사를 훈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시험 훈련 인증서가 발급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항공사가 수십만 명이나 되는 파일럿의 데이터,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이 없는데 블록체인은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항공사 간, 항공·국가 당국 간 분쟁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거래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차단할 수 있다.
에너지, 의료 산업 및 무역도 블록체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 독일 지맨스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기존 마이크로그리드(좁은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연결)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전기를 개인 간 거래(P2P)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과 IBM 등 대기업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DNA와 RNA에 있는 핵염기 순서를 규명하고 저장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무역 분야에서도 해운사 머스크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해상무역보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회사 유비트퀴티(Ubitquity)는 부동산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토지 소유권, 재산증서, 유치권 등을 기록하고 추적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전후 투명성, 많은 양의 서류 작업, 사기 우려 등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음원과 그림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콘텐츠 관리 회사 어스크라입은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털(VC)로부터 2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독일의 스타트업 자크는 블록체인으로 음원 라이선스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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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호 회장, KIC고문,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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